[데스크칼럼]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데스크칼럼]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 이종범 기자
  • 승인 2023.05.1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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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최근 스승과 제자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스승의 날을 만들어 매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의 현실은 마냥 푸른빛만은 아니다.

언성만 높아져도 부모의 항의가 들어오고, 교사는 그에 따른 사유서를 써야하는 실정이다. 체벌이 금지된 이후 아이들은 수업방해에 대해 지적을 당하면 원색적인 비난을 하거나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요즘 교사들이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꼽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교사가 적극적 교육활동을 주저하게 되고 다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이러한 교권 붕괴를 두고 교육 일선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 지나치게 불평등했던 사제 관계를 바로잡고 학생을 대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나 교사의 전횡을 막는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그사이 교권과 경쟁관계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교권침해로 인해 정신과 치료 또는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교사는 26.6%로 집계됐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10명 중 9명(87%)에 달했다.

수업 시간에 드러눕는다든지, 의도적으로 공부를 안 한다든지, 친구들이랑 얘기를 한다든지 하는 사례들로 더 이상 교실에서 아이들을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주연으로 나온 정준호씨의 대사다. 이 영화는 무너진 교권 문제와 학교에서 벌어지는 비리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뤘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코미디 영화를 넘어서 학교를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내며 교육현장을 적나라하게 꼬집어 씁쓸함을 남긴 기억이 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되는거야”라는 무조건적인 교사에 대한 복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제자들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도 깊이 성찰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최근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 조사’에서 학생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과 교육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교사의 학업수행 신뢰도 등 현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교권 확립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현장 정상화를 위해 붕괴 상황인 교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의견엔 대체로 부정적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반비례 관계로 전제하고 이뤄지는 논의는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육신을 낳아 준 어버이보다 더 귀한 사람이 영혼을 키워주는 교사”라고 했다. 교사는 학생을 사랑으로 대하고, 학생은 스승을 믿고 따르고 존경하는 아름다운 교학상장의 미덕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baramss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