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다시 벌어진 은행권 횡령사건 '유감'
[기자수첩] 또 다시 벌어진 은행권 횡령사건 '유감'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5.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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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횡령이 좀처럼 끊이질 않는다.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신한은행 한 지점에서 직원이 고객 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부산 한 지점에서도 횡령 사고가 난 적이 있다. 

비록 한 달 만에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지만, 작년 말 진옥동 전 행장(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어 은행장에 발탁된 한용구 신임 행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내부통제 컨트롤타워인 '준법경영부'를 신설하고, 밀착형 사전통제와 영업점 사고 예방을 위해 준법 감시 인력을 지역 본부로 배치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이런 문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 행장이 건강상 문제로 한 달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정상혁 부행장이 그 뒤를 이었고, 정 행장 역시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상혁 신임 은행장은 취임 뒤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글로벌 선진 은행 수준의 내부통제를 갖추기 위해 관리체계를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또다시 영업점 현장에서 직원이 고객 돈을 가로채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전·현직 은행장 다짐은 퇴색해졌다.

횡령과 같은 사건이 터져 외부로부터 쓴소리를 들을 때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볼멘 소리도 나온다. "마음먹고 벌이는 짓, 어떻게 막냐"는 것이다. 

조선시대 편찬된 순오지(旬五志)에는 '십인수지부득찰일적(十人守之 不得察一賊)'이라는 말이 나온다.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뜻이다. 

수백년 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던 것을 보면 '사람이 마음먹고 저지르는 일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마음먹고 저지르는 짓'을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로 여기면 곤란하다. 자칫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핑계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부조사를 벌이고 있다. 철저한 내부조사로 현장에서 개인이 고객 돈을 가로챌 수 있었던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또, 내부조사 결과에 대해서 투명하게 외부에 알려야 한다. 내부 문제를 쉬쉬하고 감추기보다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안으로는 '경각심'을, 밖으로는 '신뢰성'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물'과 '잘못'은 인정할 때 비로소 재발을 방지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