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의 하루 마무리는 쓰레기 분리수거다. 평일에는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함께 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조금이나마 일손을 도와주고자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나의 업으로 정착이 됐다.
“재활용 가능한 것들만 따로 잘 분리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하 면 큰 코 다친다. 여간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고 일부 환경에 관심이 많던 이들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하지 않던 친환경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대사회를 필(必)환경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에 빨대가 꽂힌 채 죽은 바다거북 사건이나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가 비닐봉지 80개를 삼킨 채 죽음을 맞은 사건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재활용 업체의 폐비닐 수거 거부 로 촉발된 ‘쓰레기 대란’이 전 지구적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가 몇해 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 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 패스가 공동 기획한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으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일회용품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 다회용품을 사용하자는 일환이었다. 일부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정치인, 그리고 여러 대기업에서 플라스틱 프리 챌리지에 동참하며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지난 2019년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 중 하나로 필환경(Green survival)을 제시하며 일상생활과 소비에서 환경은 ‘챙기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챙겨야만 하는’ 필수 사항이 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 중 지금 현재 실천하고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외에 생존을 위해 챙겨야 할 필수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매일매일 사용해 생활하수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세탁세제 사용 줄이기를 꼽을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브랜 드에서 ‘친환경’ 콘셉트의 세탁세제를 앞다퉈 출시하며 소량만으로도 깨끗한 빨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일부 소비자들은 직접 친환경 세제를 만들며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7년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도 미생물혼합체로 만든 친환경 세제로 공장 작업복 세탁과 함께 사회적 기업인 포스코휴먼스와 공동연구로 공장 작업복의 기름 때를 분해하는 친환경 미생물혼합체를 특허 출원하고 더 나아가 실용화를 목표로 미생물혼합체를 이용한 친환경 세제 개발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를 비롯해 기업, 정부까지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세탁 세제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상생활 중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 역시 필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있지만 일상 생활 중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이에 빨래방이라는 공간만큼은 친환경에서 더 나아가 필환경을 실천하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에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에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물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빨래방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편리한 세탁’과 ‘빠른 건조’다. 실제로 셀프 무인 빨래방인 ‘워시엔조이’가 이용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62.1%가 빠른 세탁과 건조 때문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장별 매출 데이터에 따른 세탁 코스 사용량을 분석해보면 약 20%의 소비자들은 친환경 세제 세탁코스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며 이곳에서 만큼은 친환경세제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옷감의 위생을 염두에 두고 친환경 세제를 선택하겠지만 말이다.
필환경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 무엇인지, 일상 생활 속에서 동참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가까운 곳부터 찾아봐야야 한다. 필환경 시대에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빨래방으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친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필환경을 위해 빨래방이 소비자들과 함께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필환경 시대를 이끌어가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래 본다.
/ 서경노 코리아런드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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