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프렌들리 1년' 다시 청사진 필요
[데스크칼럼] '기업프렌들리 1년' 다시 청사진 필요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05.09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슴 아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직접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악화된 한일 관계를 볼 때 한걸음 진전된 입장이란 해석이다.

과거사 문제를 치유하려는 시도는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 재개로 이어졌다.

7일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국내 산업계 기대감을 높여줬다. 3년 넘게 이어져온 한일 갈등이 봉합될 기미다.

실제 이날 정상회담 직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복원이 선언됐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소재부품 장비업체간 공급망 협력 확대를 예고했다. 반도체 공조가 이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 양자, 인공지능(AI), 디지털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분야에까지 연구개발(R&D) 협력을 추진, 미래 경제협력에 속도를 붙일 모양새다.

8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비공개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장과 티미팅 간담회까지 가졌다. 한일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1주년을 맞아 기업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안겨진 셈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윤 대통령은 ‘기업프렌들리’로 불릴 만큼 기업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투자환경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 우리기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일본과의 관계처럼 외교 문제에 숨통이 트였고 기업들 활동 반경은 넓어졌다.

윤 대통령은 1년 만에 재계 총수들과 평균 3개월에 한 번씩 만났고 4개월에 한 번씩 글로벌 외교 행보에 함께 동참시켰다.

총수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다보스 포럼)로 향했다. 3월에는 일본에서 민간외교를 담당했다. 이어 4월에는 미국에서 집결,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총수들이 글로벌 네트워킹 역량을 총동원해 협력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이에 아랍에미리트로부터는 300억달러 투자 유치라는 경제성과를 올렸다. 미국에서는 반도체·배터리·원전 등 경제·산업 분야의 접점을 확대했다. 국민적 감정이 예민한 일본과도 이번처럼 경제외교 실마리를 확실하게 찾았다. 윤 대통령 1년 만에 이뤄낸 경제외교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산업계 숙제는 남았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우리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일은 아직 풀지 못했다.

산업계는 기업의 투자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투자 인센티브 범위 확대 및 규제완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통상 마찰 해결에 정부가 좀 더 힘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업프렌들리’ 정책 다음 길은 정해졌다. 우리기업들이 글로벌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길이다.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시다 총리 입을 통해 “가슴 아프다”는 말을 이끌어 냈다. 이번엔 미국에서 ‘IRA 한국 조건부 열외’를 이끌어 낼 차례다. 윤 대통령의 1주년인 5월10일 다시 한번 미래 경제계에 대한 희망적인 구상 계획 발표를 기대하겠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