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걷어내면 괜찮은 사업인 것 같아서요."
10여년전 열풍을 불러온 드라마 <미생> 중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의 대사다. 한 직원의 비위행위로 기존 사업이 무너지자 회사에서는 '비리'로 덧칠된 사업을 언급하는 일조차 금기시된다. 이에 신입사원 장그래는 상사들에게 해당 사업을 다시 해보자며 제안한다. 당찬 건지 무모한 건지. 오차장(이성민 분)은 긴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한다. 사내 분위기는 예상대로 험악해진다. 이후 영업3팀은 회사의 압박을 견디며 합리적으로 수익률을 계산하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결국 사장의 함박웃음까지 이끌어내며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마무리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이른바 '코인판'은 아수라장이었다. '대표 김치코인'이라던 루나·테라의 몰락, 세계 4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위믹스의 상장폐지(두 달 후 재상장에 성공했다), '스캠'(사기성 코인)임이 확정된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건에 최근에는 코인으로 인한 살인까지 일어나 산업부 기삿거리인 블록체인 이슈가 사회면을 연이어 장식했다. 한때는 손만 대면 터지는 황금알이라던 암호화폐 업계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했다.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촉발된 '메타콩즈 사태'는 종합선물세트였다. 메타콩즈 구 경영진은 무리한 민팅(NFT에 고유한 자산정보를 부여해 가치를 정하는 일)을 진행하다 큰 손실을 입은 뒤 경영이 어려워지자 그 책임을 유명인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를 벌였다. 여기엔 연예부까지 가세했다. 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구 경영진 본인들이 홀더를 협박하고, 가족을 임직원으로 앉히는 등 기이하게 회사를 운영한 것이 드러났다. 종내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져 고소·고발당해 경찰 수사 중에 있다. 코인과 NFT 홀더들은 또 한 번 낙심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NFT와 WEB3 등의 영역은 아직 대중적으로 미지의 영역이다. '왜 잘 되는 거지?'에 대한 사례가 저마다 다르다. A코인은 탁월한 기술력과 구조를 가져서, 아무개NFT는 유명인의 홍보를 등에 업어서, OOO거래소는 '그냥' 혹은 '우연히' 잘 됐단다. 언론은 건별로 터지는 잭팟을 대중에게 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람과 돈이 구름처럼 다시 몰려든다. 수백수천억 아니 어떤 기업은 수조원의 매출고를 달성했다며 기쁨을 만끽하지만 곧 어둠이 드리운다.
장밋빛으로 도배됐던 코인판이 아수라장이 된 것은, 잘나가던 졸부가 급히 타락해 망하는 소설을 한 편 읽듯 흥미롭다. 결국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 대중은 횡령·배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그리고 폭력에 이르기까지 아주 익숙한 단어들로 점철된 이야기를 바라본다. 소수의 잘못이 다수에 오명을 씌운다. 사건의 파이가 천문학적이라 더 재밌다. 직접적 손실은 홀더들이 당했지만, 사실 이 세계에 참여 중인 모두가 오롯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혹자는 2024년 도래하는 비트코인 반감기를 기점으로 암호화폐와 NFT산업계 반등을 전망한다. 그것은 기대감을 더한 하나의 관측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일상을 어떻게 걷어차버릴 것인가. '돈놀이'라며 그들만의 잔치로 신기해하다가 조롱하는 식이라면 미래를 걷어차고 내 몸의 특정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도리어 암호화폐와 NFT 등 블록체인 금융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죄만 들어내고 충분한 정보와 지식에 근거해 당국자·정책 입안자·비즈니스 리더들이 공히 달려들어야 한다. 믿음을 잃도록 한 주체가 사람이었듯, 그 믿음을 되찾는 일 또한 긍정적 담론을 주고받는 일로부터 가능하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
/박종원 멋쟁이사자처럼 대외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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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