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 사기 특별법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기고] 전세 사기 특별법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 신아일보
  • 승인 2023.05.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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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전세 사기가 인천에서 동탄과 구리, 대전 등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퍼지자 정부는 2년 한시 특별법인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5월 법 공포 후 즉시 시행 예정인 특별법 지원 대상이 되려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매·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과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 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 반환될 우려라는 6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다음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첫째로 임차 주택 매수를 희망하면 낙찰을 지원한다. 현재 경매신청자만 경매 유예 또는 정지를 할 수 있는데 피해 임차인이 직접 경매 유예나 정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게 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이 많으면 미 잉여 기각(낙찰대금으로 세금 내고 남는 돈이 없어 경매 신청 불가)되거나 배당 손실이 큰 상황을 예방하고자 임대인의 전체 세금 체납액을 개별 주택별로 안분해 경매 신청 가능하도록 한다.

우선 매수를 하더라도 선순위 채권(은행 근저당 대출)은 변제해 줘야 하는데 돈이 없는 임차인을 위해 저리 대출하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한다.

둘째로 사기당한 집을 매수하기 싫다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우선매수권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양도하는 방안이 있다. LH가 해당 주택을 매입 해 피해자가 공공임대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전세 사기당하고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생계비(월 62만원)와 의료비(300만원 이내), 주거비(월 40만원) 등을 지원하고 연리 3% 신용대출도 지원한다.

여기까지 보면 지원 대상이 되기 어렵고 대상이 되더라도 '내 전세금 받을 수 있는 거야?', '뭐가 많기는 한데 도대체 내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원 대상의 6개 요건만 하더라도 너무 주관적이다. 경매 또는 공매가 진행돼야 하고 서민주택만 가능하며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모호하다. 다수 피해자면 혼자는 안되는 것인지, 미 반환된 보증금 상당액은 전세금의 몇 %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천 건축사기왕 같은 명백한 사기 사건이 아니면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지원 대책도 피해자와 정부가 바라보는 산이 다르다. 피해자는 내 전세금, 정부는 주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기를 당한 전세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데 무이자도 아닌 저리 대출 받아서 또 이자를 더 내서 그 집을 매수하는 것이 최선일까? 오히려 세입자의 집이 경매 넘어가면 최고 낙찰가액으로 매수할 수 있는 세입자의 우선 매수권은 2년 특별법이 아니라 민사집행법을 개정해 항시 제공해 주는 것이 맞다.

생계비 지원은 반갑지만 이것도 조건이 있다. 1인 가구 기준 소득 월 156만원, 재산 3억1000만원, 금융재산 600만원 이하다. 최저임금만 받아도 200만원이 넘는 지금 월 156만원이면 파트타임 알바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특별법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다른 사기 사건과 형평성을 위해 전세 피해금에 대해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2년 한시 특별법 이름에 걸맞게 우선 매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은 무이자로 하고 최우선 변제 보증금 기준 폐지, 최우선 변제 금액 상향 조정 정도는 해주는 것이 맞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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