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파 방정환과 구리시의 인연
[기고] 소파 방정환과 구리시의 인연
  • 신아일보
  • 승인 2023.04.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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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현 구리시장
 

우리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역사의 인물을 위인(偉人)이라고 부른다. 그 위인이 태어나고, 머무르고, 죽어 묻힌 장소를 통틀어 궤적(軌跡)이라 한다. 그래서 그 위인의 탄생지, 머물렀던 곳, 죽어 묻힌 곳을 한자로 생거(生居), 우거(寓居), 사거(死居)라 하여 기념물도 세우고 그의 뜻을 기린다. 

어린이의 벗인 방정환 선생의 생거는 서울 종로구 당주동이고, 우거는 천도교와 개벽사 그리고 관련된 곳이 전국에 있다. 사거는 망우리역사문화공원(망우리공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과 구리와의 인연은 사거에 속한다. 선생은 33세의 짧은 생에서 남긴 업적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굳이 꼽으라면 첫째가 특별한 계층이 없었던, 천둥벌거숭이로 취급받던 아이를 ‘어린이’라는 존칭을 사용하게 했고, ‘어린이날’을 제정해 어린이 인권을 세운 것이다. 둘째가 남녀노소는 물론 귀천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을 주창한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셋째가 색동회·조선운동협회 등 단체를 결성해 어린이 인권 신장에 앞장섰으며, 전국을 순회하며 동화구연대회를 열었으며, ‘세계아동전람회’를 주도해 전 세계의 문화를 소개하므로 견문을 넓히게 했고, 어린이 가슴에 호연지기를 심었다.

선생은 쉼 없이 10년을 넘게 건강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탓에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무리로 1932년 7월 17일 쓰러져 경성제국대학부속병원(현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6일 뒤인 7월 23일 영면(永眠)했다. 선생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친구들에게는“어린이를 두고 가니 잘 부탁하오”, 자식들에게는“공부 잘해야지”, 그리고 모두에게는 “여보게, 밖에 검정말이 끄는 검정 마차가 와서 검정옷을 입은 마부가 기다리니 어서 가방을 내다 주게.”라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은 평생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던 소파다운 작별의 말을 모두에게 남기고 검정 마차를 타고 하늘로 갔다. 

7월 25일 천도교 마당에서 영결식과 발인을 마치고 홍제동 화장장으로 향했다. 선생의 몸은 홍제동 화장장 납골당에 있었다. 제자와 동료들은 선생이 좁고 답답한 곳에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최신복·이원수 등이 뜻을 모아 선생의 서거 5주년을 맞아 홍제동 납골당에서 당시 경성부립망우리공동묘지(망우리공원)로 옮겨 안장한다. 그날이 1936년 7월 23일 이며, 구리시 교문동에 머무르는 사거의 인연을 맺어 87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벗들이 세운 비석에는 ‘동심여선(童心如仙)’ 네 글자를 새겼다. 이를 직역하면 어린이의 ‘신선’이지만 어린이의 ‘천사’로 읽는 것이 더 방정환스럽다. 무덤도 흙과 떼가 아닌 산을 연상하게 하는 돌로 쌓았다. 신선에 어울리는 모양새다. 비석의 앞뒤 글씨는 당대 최고의 서예가 위창 오세창 선생의 솜씨다. 이장을 주도했던 최신복은 선생의 무덤 바로 아래, 묘비를 쓴 오세창 선생은 북쪽 500미터 위에 누워 지금도 우정을 다지고 있다.

이 시기에 “소파 전집”이 발간됐으며, 1957년 소파상 제정, 1978년 금관문화훈장, 1980년 건국포장이 수여됐고,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으로 승급 추서된 독립운동가이다. 무덤 앞에 오석(烏石)으로 세운 커다란‘소파 방정환 선생의 비’는 어린이날 제정 60주년(환갑)을 맞아 이재철 선생이 동지들과 뜻을 모아 1983년에 세웠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생애를 크게는 조국의 주권을 되찾으려는 지사(志士)로서‘민족 개화 계몽운동가’였고, 작게는 최초의 근대적 교육가로서 아동의 인권을 회복하고 향상하게 시킨‘아동문화운동가’였다. 

구리시는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하라."라고 했던 소파 방정환 선생의 유훈을 계승하기 위해 선생을 구리시의 ‘브랜드’로 삼고 있다. 

‘즐거운 변화 더 행복한 구리시’를 실현하기 위한 민선 8기 125가지 공약 중 방정환 관련 공약은 방정환 도서관과 방정환 아카데미이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교문도서관을 방정환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어린이를 위한 책 놀이 공간에 방정환 특화 공간을 조성하고 콘텐츠 개발 , 방정환을 상징하는 사인물(홍보물) 설치 , 어린이 관련 독서문화진흥 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개관 이후 월간 아동문예사, 아동문학평론사, 방정환 연구소 등 단체와 연계해 관련 행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방정환아카데미는 구리시정 5대 정책 방향 중 “미래를 위한 알찬 교육”의 디딤돌로 삼아 어린이로 분류되는 초등생의 교육·문화·예술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또한, 구리시의 교육지원센터 기능을 통합해 , 돌봄기능 , 방과후 학교 , 과학교실 , 진로적성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들이 1인 1기 적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아카데미 또한 유족과 논의를 통해 선생의 유훈에 누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구리시 망우리공원 구리시 경계 안에는 방정환 선생과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오기만, 태허 유상규 선생 등 독립유공자 묘역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유관순 열사의 유해가 묻힌 합장묘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터 등 근현대문화사의 선구자이자 기린아의 인물 60여 분이 사거의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구리시는 방정환 선생은 물론 망우리에 누워계신 분들을 구리시의 인물로 재조명해 역사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해 더 행복한 구리시를 만들어 가겠다.

 

/백경현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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