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 효자’ 자동차 시장에서조차 중국은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질
[기고] '수출 효자’ 자동차 시장에서조차 중국은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질
  • 신아일보
  • 승인 2023.04.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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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2.6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4월 16일에 발표한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은 24조 9044억 8900만 달러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수출액은 6835억8500만 달러로 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74%에 머물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2.90%에서 2021년 2.88%, 2022년 2.74%로 2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로 정점을 찍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건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무역 환경이 자국 중심주의로 기울던 2019년부터였다. 2019년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42%가 줄었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에도 5.52% 추가 하락했다. 2021년과 지난해 수출액은 일시 다시 반등했지만 전 세계 물동량 증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세계 수출 점유율 3%대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불황 등으로 무역 적자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의 또 다른 버팀목인 자동차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약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조사결과 세계 시장에서 수출 점유율이 0.1% 포인트 하락하면 약 1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월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2년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 판매 및 정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중국, 유럽,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아세안 등 8개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한 5853만 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24.3%나 급증했다. 한국 자동차가 4.4%나 덜 팔린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8개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전년 15.8%에서 2022년에는 19.5%로 뛰어 미국 18.3%를 제치고 유럽과 일본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중국은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에서의 중국의 급속한 팽창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 수 있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으로 수출은 이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도 1~2월 연속 적자였다. 우리 경제에 있어 수출 부진은 단순한 무역 부문의 침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또 수출이 감소하면 세수가 줄어들고 이는 국채 발행 등으로 빚을 늘리게 만들어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지난 4월21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4월1일 ~ 4월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이미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인 323억7000만 달러나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전체 수출의 10.5%를 차지하는 자동차 수출이 58.1%인 34억8500만 달러나 증가하며 더 깊은 침체를 가까스로 막았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로의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는 등 수출 여건은 악화일로(惡化一路)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자동차 시장마저 중국에 잠식당한다면 한국 경제는 깊은 수렁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은 지난 2013년부터 자국 자동차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상하이차 7200억원, 비야디(BYD) 3600억원 등 1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계속 지원하는 등 자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저마다 자국 내 투자유치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대로면 미래차 패권은 중국 손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6일 미국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은 오는 2030년 중국 완성차업체가 전 세계 친환경 자동차 시장 판매량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30년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 약 1억400만 대 중 친환경 차의 비중이 약 6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02만 대로 완성차 전체 판매량 8063만 대의 9.9%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약 10년 만에 친환경 자동차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연기관의 비중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각국은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사활을 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투자 세액공제를 30%까지 지원한다. 유럽연합(EU) 또한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도입을 추진하는 등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매단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다면 당연히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 자동차산업이 도태되지 않고 2030년 글로벌 미래차 3강 진입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하려면 전방위적으로 다각적·다층적 지원 정책을 강력히 펼쳐야만 한다. 무엇보다 초격차 기술 확보와 우수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효율적인 시설 투자를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부터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 미래차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노사 협력 구조 확립에 서둘러 앞장서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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