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조선해양의 골든타임
[기자수첩] 대우조선해양의 골든타임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3.04.17 0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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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이 표류하던 대우조선해양이 마침내 새 주인을 맞는다.

최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최종 인수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승인만이 남은 상태다. 하지만 공정위는 특수선(군함·잠수함) 시장 독점 가능성을 우려하며 심사에 뜸을 들이고 있다.

한화는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한화는 선박 제조와 군함용 무기·설비 제작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우월적 지위를 갖추게 된다. 한화가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주며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타 특수선 제작사들의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애가 탄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LNG운반선 3척, 창정비 1척 등 총 4척 약 8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 69억8000만달러의 11.5%를 달성했다.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1분기에만 연간 목표치의 각각 50%, 30% 가량을 수주한 것에 비하면 저조하다. 과거 HD현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경영 위기는 가속화됐다.

HD현대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로 돌아가보자.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이 2년 넘게 이어지며 피해는 막심했다. 수익성보다는 양에 의존한 저가 수주가 이어졌다. 그 때의 저가수주 여파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타 조선사들이 앞다퉈 최신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대우조선해양은 제대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회사 부채가 불어나자 근로자들은 동종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애가 타는 건 한화도 마찬가지다. 당초 한화는 4월 중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이 늦어지자 신규 수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는 오는 5월에는 8000억원 규모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3번함 건조 사업 수주 등을 계획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하루 빨리 정상화 수순에 놓겠다는 강한 의지인 셈이다.

물론 시장 내 공정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공정위의 검토는 필수적이다. 다만 지나친 기우는 삼가야 한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한다해도 특수선 시장 독점화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사 결합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의 몫이다. 공정위의 조속한 기업 결합 승인 발표가 절실하다. 지금은 대우조선해양의, 더 나아가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복원에 속도를 낼 시점이다. 지금이 바로 그 골든 타임이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