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 이젠 접자…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세종시 문제 이젠 접자…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0.03.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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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불감(狼狽不堪)은 어떤 상황에 닥쳐 어쩔 수 없어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뜻하며 흔히 ‘낭패’라 쓰인다.

요즈음 호사가들은 한나라당 입장을 두고 낭패불감에 비유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 때문이다.

당론결정을 한다며 의총을 소집했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 되자 청와대가 나서 국민투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강한 반발에 이내 꽁무니를 뺐다.

국민투표 발언은 친박계를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가 그다지 많지 않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정론에 대한 진정성까지 부정하고 있다.

신동아 2월호에 보도된 ‘문건에 나타난 MB 세종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내용 때문이다.

신동아는 친이계 핵심인사가 만들었다는 ‘당정청의 총체적 재정비 방안’이 친박계와 민주당의 고립화 유도를 골자로 하는 문건이며, 세종시 수정 발표는 행정정책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여의도 정치의 역학구도 변화까지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즉, 박근혜 전대표의 고립화를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세종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를 반증이나 하듯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주간 통합 정례 여론조사 결과, 박 전대표의 지지율은 29.7%로 지난주보다 3.5%p 하락했다.

물론, 여론조사로 민심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음모론이 먹혀든 것으로는 해석된다.

시국이 이렇게 돌아가니 음모론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렇다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친이계가 미래권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된다.

그래서 또 낭패다.

지난번 현재권력과 과거권력 싸움에서는 현재권력이 승리했다.

이미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싸움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선지 친이계의 고승덕 의원은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은 차기 정부에서 논의 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 법률을 통과시켜도 차기 정부에서 얼마든지 법률을 개정해서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국회에서 법률을 통과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서겠지만, 박 전대표를 의식한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 김용갑 한나라당 고문은 현재권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래권력 편에 선 발언이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대표와 동반자 관계를 약속해 놓고는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아 놓고 굴복시키려한다”며, “박근혜 전대표는 아마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표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모든 압박수단을 쓸수록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우리 속담을 상기시키는 경고의 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싸움으로 인식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 이쯤에서 접어두는 것이 상생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