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바이오·헬스케어…너무 다른 시작
[기자수첩] 롯데바이오·헬스케어…너무 다른 시작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2.10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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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 받은 대표적인 신사업 담당 회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바이오·헬스케어를 포함한 신사업에 2022년부터 5년간 15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정식 출범과 함께 2034년 매출 30억달러 달성, 기업공개(IPO) 추진 등 각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주변 공기는 시작부터 큰 온도차를 보이는 듯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한 후 큰 무리 없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수주에 성공한 물량이 있어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생산역량 강화 일환으로 2030년까지 약 3조7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건립, 총 36만리터(ℓ) 항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확보할 방침이다.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청에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올해 하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 준공, 2026년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승인, 2027년 상업생산 등 구상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강한 CDMO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된다. 나아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톱(Top)10 CDMO 기업’이라는 목표에도 가까워진다.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롯데헬스케어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 전시회인 ‘CES’에 올해 처음 참가하며 글로벌 시장에 데뷔했다. 롯데헬스케어는 CES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인 ‘캐즐’을 선보였다. 이게 발단이 됐다.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캐즐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만든 제품이다. 특히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는 자사 제품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상황은 롯데헬스케어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알고케어의 신고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조사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업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무혐의로 결론이 나온다 해도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앞으로 롯데헬스케어를 이야기할 때 이번 일이 회자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비록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고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보겠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