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딥러닝 시대, 특이점이 온다
[기고] 딥러닝 시대, 특이점이 온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2.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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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안병익 공동회장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내리 이기며 ‘AI 포비아’가 인류 전체에게 대두했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쓰는 특정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미디어들은 AI가 이미 의사·변호사·펀드매니저·요리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보다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전부 빼앗아가고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AI는 전문가 수천명의 지식을 기계학습한 ‘집단지성’일 뿐 결코 인간 이상의 존재는 아니다. 다시 말해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 수천명의 경기 데이터를 학습한 기계일 뿐이며 이세돌은 알파고 안에 있는 수천명이 만든 집단지성과 바둑을 둔 것뿐이다. 어느 분야든 뛰어난 일개 개인보다 집단지성이 우세할 수 있다. 집단지성을 모토로 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전통적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를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발 빠르게 딥러닝 기술 개발을 하는 곳은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음성인식과 번역뿐 아니라 로봇 AI 개발에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1만6000개의 컴퓨터로 10억개 이상의 신경망을 만든 ‘심층신경망’을 구현했다. 구글 검색의 기본인 ‘페이지랭크’ 알고리즘도 텍스트마이닝이라는 딥러닝 기술의 일종이다. 이밖에도 유튜브의 추천 영상, 구글 스트리트뷰의 건물 주소 인식, 구글 나우의 음성 인식, 구글 플러스의 사진 태깅 등 구글 서비스의 구석구석에 이미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2021년부터 구글은 AI 검색엔진 멀티태스크 통합 모델(MUM; Multitask Unified Model)을 테스트하고 있다. MUM은 기존 검색엔진보다 더 복잡한 질문을 처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복잡한 질문을 하면 AI가 이해하고 이에 맞는 답변을 하는 식이다. 구글은 MUM이 기존 딥러닝 알고리즘 ‘버트’(BERT)보다 약 1000배 더 뛰어나다고 발표했다.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 필요한 기계학습 방법에는 ‘신경망’, ‘의사결정트리’, ‘베이지안망’, ‘서포트벡터머신’ 등이 있다. 딥러닝은 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방법으로 1980년대에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처음 개발했다. 기계학습 방법은 크게 ‘지도학습’과 ‘비(非)지도학습’으로 나뉜다. 기존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대부분 지도학습에 속한다. 지도학습은 컴퓨터에게 먼저 정보를 가르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형태의 자동차 사진들을 입력해 미리 자동차 패턴을 학습하게 하고 학습된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사진을 구분하게 하는 것이다. 비지도학습은 학습 과정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딥러닝 기술은 대표적인 비지도학습이다.

1936년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튜링머신’이라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 가상의 기계가 저장된 기호들을 스스로 읽어 처리하고 그 상태에 따라 다른 상태로 전이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떤 연산이든 스스로 처리가 가능함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컴퓨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튜링머신은 스스로 처리하는 딥러닝 기술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공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9년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혁신을 반복해 결국에는 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특이점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블랙홀의 중심이나 빅뱅우주론에서의 최초 시작점을 의미한다. 컴퓨터 공학에서는 인공지능이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을 일컫는 데 사용한다.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Gary Marcus)와 어니스트 데이비스(Ernest Davis) 뉴욕대 교수의 저서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에서 저자들은 기존 딥러닝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AI에 인간의 뇌가 가진 상식과 추론 능력인 ‘딥 언더스탠딩’(Deep Understanding)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정보를 흡수하고 상관관계를 파악해 관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AI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AI에 인간의 지식체계인 시간, 공간, 인과성이라는 세 개념에 접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9년,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은 기계가 인간이 되는 조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달 위에 누워 있네. 내 사랑 곧 달려가려네. 그곳은 고요하고 별이 총총하지. 우주에서 우린 시간을 삼켜버렸지.” 영화 ‘그녀’(Her)에서 운영체제(OS) 여자가 만들어 부른 노래다. 운영체제 여자는 말한다.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여기가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이에요. 이게 지금의 나예요.” 이런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진화하면서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그런 시대는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오는 2050년엔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의 약 50% 수준에 도달하고 2075년에는 약 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딥러닝 기술이 계속 진화해 운영체제와 친구가 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안병익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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