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둔촌주공이 남긴 숙제
[기고] 둔촌주공이 남긴 숙제
  • 신아일보
  • 승인 2022.12.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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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일반분양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당초 10만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반분양 1·2순위 청약 결과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청약 접수를 해서 평균 5.45대1 경쟁률이 나왔다. 총 16개 타입 중 4개 타입 39A, 49A, 84D, 84E 4개 타입은 청약 마감 실패했다. 예배당첨자를 500% 모집해야 청약 마감이 되기에 미달은 아니지만 예비당첨자까지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금 분위기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인접해 있으면서 골드라인 지하철 9호선 역이 두 개, 초·중·고등학교까지 갖춘 강동구 둔촌동 1만2000세대의 미니신도시급 둔촌주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 실패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둔촌주공이 생각보다 저조했던 이유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소득 대비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기대보다 높은 분양가도 부담이다. 당초 3.3㎡당 3000만원 초반대, 전용면적 84㎡ 기준 11억원대 정도 기대했는데 평당 3000만원 후반대, 전용 84㎡ 기준 13억원대가 나오면서 실망한 이들이 많다.

물론 84㎡ 13억원대면 입지와 대단지 브랜드 새 아파트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나 처음부터 기대가 너무 컸고 최근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변 집값이 내려가자 '나중에 가격 경쟁력이 더 낮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청약을 주저한 분들이 많았다.

여기에 84㎡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으면서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온 것도 부담이 됐다. 

뜻하지 않게 주방 뷰가 논란이 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84E 타입의 문제고 사실 큰 문제도 아닌데 주방 뷰가 이슈가 되면서 전체적으로 구조가 안 좋다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더 해졌다.

마지막으로 2년 거주, 8년 전매 제한 등 과도한 규제도 한몫하면서 청약경쟁률을 내렸다.

지금 분위기상 계약률은 청약경쟁률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설사 미달이 발생하더라도 줄 서서 주우려는 대기 수요가 있어서 둔촌주공 자체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상징성이 컸던 둔촌주공의 청약 실패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높다고 기대했던 둔촌주공마저 이 정도면 계획했던 분양 일정을 미루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는 아예 포기하는 등 분양전략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분양 물량은 줄어들 것이고 3년 후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으면서 요구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둔촌주공 청약 결과를 보고 심리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지금은 사야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분양은 더 늘어나고 매매 시장까지 더 얼어붙으면서 거래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둔촌주공 청약 결과가 남긴 숙제는 무겁고 심각하다.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재건축안전진단 완화나 1세대 1주택 종부세 기준 상향, 대출 규제 완화 정도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남은 규제지역 해제 카드가 예상보다 빨리 나올 수 있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집값 하락을 막을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이 더 문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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