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자식 마스크 깎던 LG전자
[기자수첩] 전자식 마스크 깎던 LG전자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12.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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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예전 학창시절 읽었던 글 중 기억에 남는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의 한 구절이다. 이 수필은 서울 청량리 역에서 방망이 깎던 장인과 만나 겪은 에피소드를 정리한 글이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인정신’을 강조했던 내용으로 기억된다.

최근 전자업계에선 옛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을 떠올릴만한 소식이 들렸다. 바로 해외에서만 판매되던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 국내 출시다.

이는 소형 공기청정기를 내부에 탑재한 마스크 형태 제품이다. H13 등급 헤파필터를 장착해 0.3마이크로미터(㎛)입자를 99.75% 이상 거를 수 있다. 목소리를 마스크 밖으로 전달하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됐고 IPX 4등급의 생활방수 성능도 갖췄다.

다만 관심은 성능이 아니라 출시 과정에 쏠린다. LG전자는 전자식 마스크 공개 2년 반 만에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홍콩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대만, 베트남, 스페인 등 총 23개 국가에 먼저 전자식 마스크를 선보였다.

대중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반 마스크에 익숙해진 상황인데 국내에서 이제 와서 전자식 마스크를 출시한 셈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선 실내 마스크 해제가 추진되기도 했다.

LG전자는 왜 늑장을 부렸을까.

LG전자 관계자는 “그냥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규격을 확보하고 출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LG전자가 전자식 마스크 관련 안전기준이 없어 출시하지 못했다고 알려졌지만 규제 탓만 아니라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LG전자는 전자식 마스크를 개발한 후 공산품으로 국내에 바로 출시할 수도 있었다. 마스크는 △식약처 허가 없이 판매 가능한 공산품과 △안전성·유효성 등 심사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약외품으로 나뉜다. 의약외품 마스크는 흔히 알고 있는 보건용 마스크(KF80·94·99),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수술용 마스크 등이다.

LG전자는 ‘전자식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로 시장에 내놓기 위해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심사가 길어지자 식약처 허가신청을 취소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월 ‘전자식 마스크 제품 예비 안전기준’을 제정했고, LG전자는 이달 초 기준에 맞는 제품을 내놨다.

결국 2년의 기다림은 LG전자가 전자식 마스크를 타사 제품과 차별화 하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위한 시간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안전과 성능이 보장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LG전자는 2020년 7월 첫 선보인 1세대, 지난해 2세대 제품을 건너뛰고 더 진화된 전자식 마스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