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파업 멈춘 정부, 이제 노동자 챙길 때
[데스크 칼럼] 파업 멈춘 정부, 이제 노동자 챙길 때
  • 신아일보
  • 승인 2022.12.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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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파업이 끝났지만 상처가 아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상처가 아물더라도 흉터는 계속 가지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파업 기간 정부와 화물연대가 마주 선 형세는 '강대강'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밀리면 끝'이라는 각오로 서로의 목줄을 죄려 대치한 투사들 같았다. 살벌한 분위기도 그렇고 사회·경제적 피해도 그렇고, 마치 '전쟁' 같은 파업이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일터를 떠난 노동자는 물론 회사와 정부도 부담이 크다. 그래서 아무리 큰 규모 파업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적정선에서 노사 또는 노정 간 타협안을 찾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선 정부 쪽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강경했다. 이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단순하고 쉬운 카드를 택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밀고 당기고 할 것 없이 '법대로'. 국가적 피해는 컸지만 정부측 협상자들의 에너지 소비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갈수록 이길 확률이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일관된 강경 기조를 보인 것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것도 대응력을 키운 요인이었다.

화물연대 쪽을 보자. 화물연대는 여러모로 악조건에서 파업을 강행했다. 가장 불리한 상황은 파업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부정적이란 거다. 이는 화물연대뿐만 아니라 노동계 전체가 처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시작 전부터 정부의 '불법' 프레임에 갇힌 화물연대는 파업 내내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정부는 특정 불법 행위를 엄단한다고 했지만 파업 자체를 불법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냈다. 

러시아 전쟁과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적 경제 불안 상황은 화물연대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었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지만 국민 여론이 빠르게 등을 돌릴 상황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불법'과 '경제 위기' 키워드로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칼을 빼 든 정부가 화물연대로부터 15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이겼다'거나 '항복을 받아 냈다'는 표현이 부적절하지만 보이는 모습은 그랬다.

화물연대는 조금 더 신중해야 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윤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를 고려하면 이번 파업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더욱이 파업이 '명분' 다툼을 넘어 '법' 다툼으로 갈수록 화물연대가 정부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파업 기간 두 차례 있었던 업무개시명령 브리핑에는 관계 부처 장관이 총출동했다. 이 중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도 있었다. 원 국토부 장관도 검사·변호사 출신이다.

아무런 진전 없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만 남기고 파업이 끝났다. 정부는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타협 없이 파업을 멈췄다고 자축할지 모르지만 지금 그럴 상황은 아니다.

이제 정부가 앞장서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불법 행위 집단이자 나라경제를 볼모로 잡은 파렴치한 집단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에 버금가는 위협으로 빗대기도 했다. 그런 집단에 화물 노동자의 미래를 맡겨 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확한 조사와 분석을 거쳐 안전하고 합리적인 화물 분야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요구하면 들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말이 행동과 일치하는 거다. 정부의 목적이 단순히 이기고 억누르고 혼내는 데 있던 게 아니라면 화물연대를 압박했던 정성과 치밀함은 이제 온전히 노동자 삶의 질 개선으로 향해야 한다.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