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6년째 계속되는 성별 임금 격차 OECD 1위 두고만 볼 일인가
[기고] 26년째 계속되는 성별 임금 격차 OECD 1위 두고만 볼 일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22.12.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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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지난해 남녀 노동자의 성별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가입국 중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지표는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6년째 이어지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가입 전인 1992년 이후부터 한국은 30년째 줄곧 1위라는 기록으로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불명예를 넘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치욕적인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2월 4일 OECD의 ‘2021년 기준 OECD 국가들의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OECD 39개국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이스라엘로 24.3%를 기록했으며, 3위는 일본(22.1%), 4위는 라트비아(19.8%), 5위는 에스토니아(19.6%)가 뒤를 이었다. OECD 36개국 평균(12.0%)과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10.3%)은 물론 미국(16.9%), 영국(14.3%), 독일(14.2%), 프랑스(11.8%)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차이가 크다. 당연히 그동안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한 치둔(癡鈍)의 우(愚)를 뒤돌아보고 우리 사회 전체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결연한 의지를 갖고 개선 노력을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성별 임금 격차’는 2021년 연봉을 기준으로 남녀 노동자를 줄 세웠을 때 각각 한가운데 있는 남성과 여성의 연봉을 비교한 성별 연봉의 중간값으로, 한국에선 양자의 차이가 31.1%라는 의미다. 쉽게 표현하면 여성이 남성의 68.9% 정도만 받으며 일한 셈이다. 예컨대 남성이 100만 원 받는다면 여성은 68만9,000원 받는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국가 중 30%를 넘긴 나라는 한국만 유일하다. 물론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1992년 47.0%에서 2004년에 처음으로 30%대(39.6%)로 떨어졌고, 직전 2020년 31.5%와 비교해 봐도 조금(0.4%)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이번 조사대상인 OECD 평균치 12.0%의 2.6배가 넘고, 유럽연합(EU) 평균치 10.3%의 3.02배가 넘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만큼이나 임금 격차가 심각했던 일본(22.1%)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물론, 남녀의 성별 임금 격차는 오래전부터 나온 문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6일 발표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상장법인과 공공기관 노동자의 성별 임금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상장기업 성별 임금 격차가 38.1%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이 지난 11월 24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직무(Job)별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18.8%로 주요국 15개국 중 2위였다. 1위는 일본으로, 남녀 격차가 25.7%나 벌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직종(Occupation)과 사업장(Establishment) 내 남녀임금 격차에서도 15개 주요국 선두를 달렸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2012년, 일본 2013년, 체코 2019년, 스웨덴 2018년을 기준을 적용했다지만 이렇듯 국내외 거의 모든 통계에서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큰 것만은 분명한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원인은 오래전부터 다양하고 다각적으로 지적돼왔다. 주로 여성의 ‘경력 단절’과 ‘유리천장’ 그리고 ‘연공서열제’가 임금 격차의 근인(根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의 임금체계는 직장에 오래 근무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게끔 짜여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30대에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나중에 다시 직장에 복귀해도 남성 동기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개중엔 아예 재취업조차도 못 하거나 비정규직이 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6일 발표한 최근 3년간 상장법인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19년 36.7%, 2020년 35.9%, 2021년 38.1%로 조사됐는데, 이렇게 임금 격차가 큰 것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의 분야에서 남성 임금이 여성 임금보다도 격차가 더 많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은 데 있다. 상장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2.0년인데 반해 여성은 무려 3.7년이나 짧은 8.3년에 불과해 격차는 31.2%로 조사됐다.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2019년 35.2%, 2020년 32.6%, 2021년 31.2%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격차다.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과 직급별 높은‘유리천장’ 그리고 뿌리 깊은 ‘연공서열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사가 나오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구조 탓이지 결코 차별은 아니라는 주장도 늘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같은 직종(Occupation)과 사업장(Establishment) 내에서도 한국 남녀의 성별 임금 격차가 주요국 선두권이라는 조사들이 적잖거니와 그런 구조 역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남녀 간 차별은 비단 임금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용률이나 고용 형태에서도 여성은 불리하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 고용률 70.0%보다 무려 18.8%포인트 낮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5일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에도 여성 일자리의 양과 질이 남성에 비교해 미흡하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2021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3.3%로 남성 경제활동 참가율 72.6%보다 무려 19.3%포인트나 낮고, 2021년 여성 고용률도 51.2%로 남성 고용률은 70%보다 무려 18.8%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거의 절반 수준인 47.4%로 남성 31.0%에 비해 무려 16.4%포인트나 높다. 저임금 노동자(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비율도 22.1%로 남성 11.1%의 두 배나 되며, 시간당 임금도 남성 22,637원의 69.8% 수준인 15,804원에 그쳤다. 2021년 여성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5.4시간으로 남성 170.4시간보다 15시간이나 적었다. 그만큼 참여의 기회가 적었다는 의미다.

남녀임금 격차는 성 평등 문제일 뿐 아니라 비혼·비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과도 깊은 구조적 연관을 갖는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상장기업의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줄었는데 ‘임금 격차’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근본적으로 여성 차별과 인권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나 여성에만 국한된 문제는 결단코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미래와 복합적으로 연계된 중요한 사안이다. 돌봄 노동 저평가, 성폭력 노출, 성별 임금 격차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보상 등 구조적 성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성 경력 단절, 고용상 성차별, 남성의 돌봄 참여 부족 등은 심각한 구조적 성차별이므로 서둘러 해소해야 할 과제다. 임금이나 승진에서 차별과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출산과 육아를 선뜻 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 차별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악(惡)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성가족부에서 공개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보면 지난해 15〜54세 결혼한 여성 중 취업하지 않은 여성은 324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결혼, 임신·출산, 가족 돌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은 144만8,000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의 17.4%를 차지했고, 경력 단절 사유는 육아(43.2%), 결혼(27.4%), 임신·출산(22.1%) 순으로 조사됐다. 의사결정 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고도 공고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총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19.0%에 불과했다. 이는 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18.8%), 터키(17.3%), 헝가리(12.6%), 일본(9.9%) 등 4개 국가뿐이다.

올해 중앙행정기관 장관 18명 중 여성은 16.7%인 3명이다. 이는 2020년 33.3%인 6명에 비해 16.6%포인트 하락했다. 게다가 여성 관리자 비율은 공공기관 20.7%, 지방공기업 7.4%, 500인 이상 규모 민간기업 23%였다. 또한, 지난해 여성의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은 34.3%로 2020년 대비 7.5%P 하락했고, 가사 분담 인식에 대해선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67.0%, 남성 57.9%로 남녀 모두 가장 높았지만, 실제 가사 분담 실태는 ‘공평하게 분담한다.’라는 응답보다 ‘아내가 주로하고 남편도 분담한다.’라는 응답이 여성 20.2%, 남성 20.7%로 남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7월 13일 남녀평등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를 수치로 한 ‘젠더갭 지수(Gender Gap Index 2022)'를 발표했는데 조사한 146개국 중 한국은 99위에 그쳤고,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019년 기준 여성이 187분으로 남성 54분보다 133분 더 많아 무려 3배를 넘어서는 등 무수히 많은 여성의 재생산노동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이처럼 통계 전반에서 한국 사회 내 구조적 성차별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매우 안타깝다. 

격차 해소를 위해 고위직·관리직 여성 할당제가 오래전부터 제안돼왔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거나 도입한 경우가 소수에 불과하다. 때마침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월 1일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라는 비전을 내걸고 ‘함께 일하고 돌보는 환경 조성’, ‘안전과 건강권 증진’, ‘양성평등 기반 확산’의 3대 목표로 설정하고, 각 기업이 직원 ‘채용 – 근로 – 퇴사’의 단계별 중요 항목에 대해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성별 근로 공시제’ 도입(안)을 내놓았다. 채용 단계에서는 서류 합격자부터 최종 합격자까지 성비를 공시하고, 근로 단계에서는 부서별·승진자·육아휴직 사용자 성비를 공개하며, 퇴직 단계에서는 해고자·조기 퇴직자·정년 은퇴자 성비를 공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여성은 남성보다 취업하기 힘들고, 임금도 적게 받으며,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남녀 성별 임금 격차의 주된 요인인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육아휴직의 실질적 보장을 비롯해 ‘모성·부성 보호제도’를 확대·강화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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