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봄의 날개를 달고 비상을 기대한다
[기고] 돌봄의 날개를 달고 비상을 기대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1.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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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경 시흥 승지초등학교 교장
 

돌봄 하면 떠오르는 때가 있다. 큰아이 어린이집 졸업 즈음, 어린이집 졸업하고 하교 후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25년 전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돌봄은 가정이 알아서 해결하던 시절이었다. 

큰아이는 집 앞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 어린이집 역사상 처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한 어린이집 졸업생을 방과 후에 돌봐주었다. 난 행운이었다. 어찌나 고마웠던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다. 

아이를 다 키운 엄마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남의 일이 될지 모른다. ‘다 그런거야.’, ‘나도 그랬으니 가정에서 다 알아서 하는거지.’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로 또는 교장, 교감으로 바라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학교를 떠나는 날까지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 방과 후 돌봄이 시작된 2004년 이전의 일을 떠올려보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친가이든 외가이든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저학년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언니, 오빠 교실 앞에서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거나 교실에서 놀다 가도 되냐고 서성거리며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간식주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원치 않는 학원을 가야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교사들의 입장도 맞벌이 학부모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학년 아이들은 하루 만에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라는 사회로, 자유롭고 따뜻한 방바닥에서 딱딱한 의자가 있는 교실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가정에서 편안하게 충분히 쉬고 다음 날 다시 등교해야 학교 적응력도 빨라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방과 후에 편안하게 쉬고 놀고 내일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맘 편히 쉬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교 적응력은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2004년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이 우려와 기대 속에 탄생 되었을 것이다. 

학부모는 방과후 학교 돌봄이 시작되어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돌봐 줄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사는 정규 교육과정 교육 이외에 돌봄이라는 커다란 영역이 추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뿐 아니라 과도한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업무를 경감 해 주지는 못할망정 교육에 더해서 돌봄까지 책임지게 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업무를 승진 점수 가산점이라는 정책으로 유인하였다. 학교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은 결국 학교장 책임인데 그 책임이 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아이들이 모두 귀가하기 전까지 연장된 것이다. 그리고 정규 교육과정 중에 일어나는 학부모 민원 외에 돌봄교실 민원도 담당 교사와 학교장이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초등학교는 교육과 돌봄의 영역 구분이 없어진 것이다. 교사들의 시간과 노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어서 정작 전념 해야 하는 교육에 침해를 받게 되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을 나 몰라라 한다는 도덕적 비판의 소리에 어려움과 불만의 소리를 함부로 내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왔다. 기회만 되면 늘 주장해왔다. 돌봄은 복지 정책으로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것이고 학교는 교육에 전념해야 한다고. 

6~7년 전 지방자치제도가 잘 되어있는 일본을 세 번 방문한 적이 있다. 학교시설(체육관, 운동장, 도서관 등)을 마을과 함께 공유하고 아이들은 하교 후 바로 연결된 공민관 에서 돌봄과 교육을 받고 있었다. 학교와 마을의 울타리는 없고 아이들은 아침에 눈 뜨고 집에서 잠잘 때 까지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교사나 학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부러웠다. 

2021년 3월에 승지초등학교 공모 교장으로 오게 되었는데 마침 2월에 교육부, 보건복지부등 중앙정부와 시청 교육청이 협력해서 설치 운영하는 ‘학교 돌봄 터’ 사업 공문을 보게 되었다. 마침 우리 학교 공간도 있고 돌봄 희망자도 줄 서 있어서 적극 추진 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물어볼 때도 없어 어려움도 있었지만 장점이 훨씬 많고 날이 갈수록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고 학교장도 센터장님과 전담사가 알아서 잘 운영하기에 안심이 된다. 학사운영과 학교의 특색 등 함께 해야 할 일을 잘 공유하고 협력하면 학부모님도 안심하고 무엇보다도 아이들도 쾌적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여가시간을 누릴 수 있다.

앞으로 많은 홍보와 관심으로 학교 돌봄 터가 확산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시청, 교육청, 학교가 복잡하고 다양한 이름으로 돌봄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일원화된 주최가 일관성 있게 운영하여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남궁경 시흥 승지초등학교 교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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