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군중 속 이태원 참사… 새로운 위험 메커니즘 찾아야
[데스크 칼럼] 군중 속 이태원 참사… 새로운 위험 메커니즘 찾아야
  • 신아일보
  • 승인 2022.10.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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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고 당혹스럽고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많은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진 상황이라 이번 사고를 논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눈을 질끈 감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우리 사회가 침착하고 신중하게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을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는 작업이다.

이번 사고가 유례없이 충격적인 이유는 2022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고 도무지 믿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사고 형태와 피해 규모가 일반적인 상식 밖에 있다. 해일과 홍수, 산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150명 넘는 생목숨이 끊겼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 골목에서는 인파(人波)가 곧 해일, 홍수, 산사태였다.

사고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이를 바라보는 해석도 분분하다. 일단 정부는 이번 사고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 오후 이태원동이 속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해당 사고에 대한 부상자 치료비와 사망자 장례비 등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참사 다음 날인 지난 30일부터 11월5일 자정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큰 틀에서 정부의 방향 설정은 사고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애도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했다. 정부 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핼러윈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스스로 자중하는 모습이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고 온라인에도 피해자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많다.

문제는 사고 수습과 그다음 단계다.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중에도 사고 수습은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후에는 사고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달라질 수 있고 원인과 대책도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사고와 달리 이번에는 원인 분석의 시야를 크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건물 붕괴나 비행기 추락, 자연재해에 따른 참사라면 그래도 일차적인 원인을 특정하기 쉽다. 살인 사건처럼 가해자가 명확한 경우도 조사 대상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정해진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사람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누구는 목숨을 잃고 누구는 살아남았다. '인파가 일시에 집중됐다', '골목이 좁고 경사졌다', '누구는 넘어지고 누구는 밀었다',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등 이런저런 목격담과 해석이 많다. 하지만 당장은 무엇 하나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그날 그 시각 그 골목 안에 어쩌다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는지, 좁고 경사진 골목은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 자체를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 인파 속에서 다른 사람을 민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그를 가해자로 볼 수 있는지, 또 그런 행위는 어떤 심리에서 비롯된 건지 등 따져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은 안전 관리 책임을 다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원인을 특정하기 힘들다고 원인이 없는 건 아니다. 작든 크든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책임도 있다. 사람 외에 다른 충격원 없이 발생한 참사라 혼란스럽지만 사고를 만들어낸 원인과 메커니즘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은 책임 소재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와 심리, 도시·인구 구조, 안전 관리 체계를 깊이 있게 살피고 이해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직접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앞으로 더 복잡해 질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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