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리터러시, 어려운 주제 아니다
[기고] 데이터 리터러시, 어려운 주제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2.10.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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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대학교 윤석용 AI빅데이터연계전공 특임교수
 

빅데이터 분석, 기계학습,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우리 앞을 지나가면서 새롭게 출현한 용어가 있다.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다. 공공뿐만 아니라 사회단체·많은 기업까지도 이 단어를 사용하고 이 단어가 주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의 되새김질 없이 데이터 분석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또는 인공지능 사례 등의 나열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초 역량도 높이지 못하는 어정쩡한 단어로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Literacy’의 사전적 의미는 ‘The ability to read and write’로 문해력 또는 이해 능력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직역될 수 있다.

우리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누구나 인정한다.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느 교통수단으로 이동했고, 얼마 동안 그곳에 머물렀는지,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 구글에 쌓는다. 우리 개개인이 유명인이 아니어도 매 순간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기업은 어떠한가? 원료 구입에서 제품 생산 및 판매 등 모든 경영활동이 데이터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데이터를 쌓아 놓는 것만으로는 그 가치가 높지 않다. 어쩌면 관리를 위한 비용만 증가할 뿐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그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런데 데이터는 쉽게 분석되고 가치를 높일 수 없어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데이터 과학자 또는 데이터 분석가라고 한다.

1990년대 국내 자바 프로그래머가 부족해 한동안 혼란이 있었지만 6개월 정도 교육으로 당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데이터 분석가 부족 현상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짧은 기간에 양성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몇명의 데이터 분석가 확보만으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조직 내 니즈를 해결할 수 없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일 수 있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면서 그 많은 데이터 분석을 조직 내 특정한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은 적정한 의사결정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그런 전문가를 확보했다고 해도 그들이 작성한 데이터 시각화나 분석보고서를 이해할 수 없다면 조직 구성원이 일리터러시(Illiteracy)로 남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누구나 자신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분석을 통해 데이터가 말하려고 하는 뜻을 파악한 후 분석 결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역량과 문화’로 재정의한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누구나 자신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나 방법이 제공돼야 함을 의미한다. R이나 Python 등 데이터 분석 언어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이 아닌 그림 그리듯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itizen Data Scientist)를 위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LG 등 많은 기업에서 전사 차원으로 오픈 소스인 Orange3 등을 교육하는 것도 의미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의 시작이다.

둘째, “데이터가 말하려고 하는 뜻을 파악” 한다는 건 데이터의 가치 인식, 탐색적 데이터 분석, 데이터 분석을 위한 통계, 데이터 시각화 등을 이론이 아닌 실무에 직접 활용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거나 수학적 증명 위주의 통계 교육이 아닌 데이터 분석과 연결하여 일상에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분석 결과로 의사소통하는 역량과 문화”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소통을 조직 내 문화로 확산하는 변화관리 또는 혁신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데이터 리터러시에 보다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그렇게 어려운 주제가 아니다. 또한 조직 내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 그렇게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지도 않다.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조직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절반을 성공했다. 꾸준한 관련 교육을 통해 나머지 반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게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다.

/윤석용 명지대학교 AI빅데이터연계전공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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