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빙하기 오는데 밥그릇 싸움?
[기고] 부동산 빙하기 오는데 밥그릇 싸움?
  • 신아일보
  • 승인 2022.10.1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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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1~8월 아파트거래량은 2006년 실거래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대비 4분의1 토막 났다. 

9월에는 서울 아파트가 495건 거래됐다. 25개 구가 있는 서울에서 한 구에서 2건 정도 거래된 것이다.

10월 2주 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전국적으로 0.23% 하락했고 수도권 0.28%, 인천 0.38%, 서울 0.22% 떨어졌다. 이 정도면 지금이 어려울 때가 아니라 좋을 때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다음 주가 되면 이번 주보다 더 떨어져 있을 테니까.

주간 가격 하락 폭이 0.1%보다 크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인데 0.2%를 넘어섰으니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 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도 당연히 지난주보다 0.8%p 빠져 76.9를 기록했는데 11월이 되면 7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가파르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금리 인상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0.5%p 빅 스텝으로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연 3%가 됐고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높게 나오면서 0.75%p 자이언트 스텝이 기정사실로 하면서 기준금리 연 4%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저금리 유동성 파티는 끝났고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제대로 체감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공인중개사가 개업 시 공인중개사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두고 부동산 업계가 시끄럽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임의설립단체인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화하고 공인중개사가 개설 등록하면 의무적으로 협회에 가입하도록 했다.

또 협회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위탁을 받아 부동산 시장 거래 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할 수 있고 회원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면 협회가 지자체장이나 등록관청에 행정 처분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반발하고 공인중개사협회는 웃고 있다. 전통적인 형태의 개업 중개사들과 프롭테크 업체, 프롭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중개사업자들이 시장 주도권을 두고 싸우는 모양새인데 이를 보는 다수 국민들과 현장 중개사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더 열심히 해야 할 거래 질서 교란 행위 단속 권한을 왜 공인중개사로 구성돼 있고 공인중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인중개사협회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논리면 변호사 협회에 법률사고 단속 권한을 주고 의사협회한테 의료사고 단속권한을 주며, 유흥업소협회에 불법 유흥업소 단속을 맡기면 된다.

도대체 뭣이 중할까? 지금 공인중개사 의무가입 법안이 중요한가? 최악으로 치닫는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법안이나 정책이 중요한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완화 법안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뒷전이면서 엉뚱한 공인중개사 의무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급격히 높아진 대출 이자 부담에 아우성치는 1주택자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높은 변동금리 대출을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또 지금까지 내 집 마련 못 한 생애 최초 무주택자들이 수월하게 주택구입을 할 수 있도록 낮은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면서 양질의 저렴한 공공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의무가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래절벽에 아우성치는 현장 공인중개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규제 완화를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인중개사협회가 할 일을 잘하면 가입하지 말라고 해도 공인중개사들이 스스로 가입할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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