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예대금리차(평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공시 제도는 지난 22일부터 시행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은행 간 금리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높인다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각 은행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줄 세우기에 그쳐 실효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7월 은행권 예대금리차 현황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21%포인트(p)다.
이들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62%p로 가장 높았고 △농협은행 1.4%p △우리은행 1.4%p △국민은행 1.38%p △하나은행 1.04%p 순으로 나타났다.
공시만 보면 신한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예대마진을 챙기는 ‘이자장사 리딩뱅크’일 것 같지만, 실제 수익성 지표를 확인해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순이자마진(NIM)은 올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이 1.69%로 가장 높다. 신한은행은 이보다 1%p 낮은 1.58%다. 은행연합회 공시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았던 하나은행의 NIM은 1.55%로 우리·농협은행(1.52%)보다 높았다.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예대마진을 단순한 산식에 따라 계산한 예대금리차 공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은행의 서민금융·중금리대출 비중을 고려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두 대출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두 대출의 비중을 늘릴수록 자연스럽게 평균 대출금리도 상승해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저축성 예·적금이 아닌 수시입출금통장(요구불예금)이 예금금리 산정 항목에서 빠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가장 억울한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목표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출범한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다. 또 요구불예금 상품에 연 2%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한 ‘파킹통장’ 형태의 상품도 다수 운용 중이다.
이에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3.46%p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의 독려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렸더니, 되레 시중은행보다 3배 높은 폭리를 취했다는 오해만 받게 된 모습이다.
이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단순 은행 줄 세우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실제로 권익을 높일 수 있는 제도 손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