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공급대책을 두고 '속 빈 강정이다', '중요한 이슈는 다음 기회로 넘겨버렸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반면 한편에서는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기에 대책 제목에서 보듯이 공급 방안에 대한 포괄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고 앞으로 하나씩 알맹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말하는 분들도 있다.
8·16 공급대책은 향후 5년간 270만호 주택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5개 실현 전략을 담았다.
하나, 5년간 전국 22만호, 서울 10만호 등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재건축 부담금과 안전진단 기준을 조정한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도심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둘, 16만호 신규 택지를 발굴하고 GTX를 조기 개통·착공한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과 재해 대응으로 주거 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를 추진한다.
대책을 만드는 정부 입장과 대책을 보는 수요자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주택공급 청사진을 상세히 설명하고 안전 강화, 시차 단축, 주거사다리 복원, 주택 품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었다고 자화자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대부분 국민은 언제, 어디, 어떻게, 얼마에 공급돼서 내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느냐 못 하느냐가 관심사기 때문이다.
5년 동안 270만호. 서울 50만호 포함 수도권 지역 158만호, 비 수도권 지역 112만호를 공급하겠다.
사업유형별로는 지자체, 일반주택사업으로 13만호, 공공택지 88만호, 정비사업 52만호를 공급한다는데 느낌이 오지 않는다.
'과연 그렇게 많은 물량이 가능하겠어? 안 될 거야'라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70만호는 분당신도시 27개 규모고 서울 아파트보다 많다.
같은 270만호지만 정부의 셈법과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 대책에서 말하는 270만호는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등 모든 주택을 다 포함하고, 입주나 착공이 아닌 인허가 숫자 목표를 말한 것이다. 반면 국민이 생각하는 270만호는 향후 5년간 아파트가 입주 또는 착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수 수요자가 궁금해하는 민감한 이슈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안전진단,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래서 다음 기회에 상세하게 이야기해 줄게."라는 식으로 다 미뤄버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9월 내, 안전진단은 12월 내,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은 2024년까지, 주택 공급의 상세한 내용도 다음 기회에.
정부 입장에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겨우 안정되고 있는 강남이나 1기 신도시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출범한 지 100일 만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 담기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어차피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100일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리 청사진을 발표하는 것이 좋았다.
물난리를 이유로 1주일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
또 중요한 반지하 등 재해 취약 주택과 층간소음에 대한 대책이 270만호 공급대책에 묻혀버린 것도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