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혼희망타운 이름…정작 바뀔 건 안 바뀌고
[데스크 칼럼] 신혼희망타운 이름…정작 바뀔 건 안 바뀌고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2.08.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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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에 사는 건 부끄러운 걸까?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의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당당하지 못한 걸까?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민간서비스를 이용해야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걸까? 이런 질문에 "맞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냉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공공주택에 사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고 국민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당연한 거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자기 돈을 쓴다는 건 정보력이 약하거나 사회에 보탬이 되려는 희생정신이 강하거나 둘 중 하나일 듯싶다.

그러나 유독 주택 분야에서 나타나는 상당수 국민의 인식은 이와 정반대다. 공공주택에 사는 게 부끄럽고 공공주택에 사는 사람을 멸시한다.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면 경제적으로 빈약한 사람 취급하고 비싼 집에 사는 걸 대단한 감투라도 한 냥 대한다. 이런 인식이 과연 맞느냐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잘 바뀌지 않는다.

지난주 문정복·천준호 국회의원 등이 앞으로 신혼희망타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로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LH가 적극행정추진위원회를 통해 신혼희망타운 브랜드 표기 시 LH 로고와 명칭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문 의원은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이번 LH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분들의 숙원 해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견해를 언론을 통해 전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신혼부부 맞춤 공공주택으로 도입했다. 신혼부부 상황과 생애 계획에 따라 분양받거나 임대로 살 수 있게 했다. 자녀를 출산한 후에도 지속해서 거주할 수 있게 주택 규모를 키우고 단지 내에 다양한 육아 지원 시설을 설치한 게 특징이다. 결혼이라는 출발선에 선 신혼부부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집 걱정과 육아 걱정을 덜 수 있게 지원하는 공공주택이다.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이런 주택에 들어가 사는 게 평범하지 않고 부끄러운 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하려면 일정 자격 요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준비해서 입주에 성공했다면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주거 소비를 한 것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 오히려 이런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아보는 데 게을러서 입주하지 못한 상황이 더 안타까운 거 아닐까?

그런데도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들이 LH라는 이름을 쓰기 싫어하는 데는 현실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고충 때문일 거다. 입주자들은 당장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있을 테고 정부도 굳이 LH라는 이름을 달도록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번 명칭에 관한 결정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결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사회적 인식이지 단지명이 아니다. 명품을 들고 입고 걸쳐야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허황한 의식이 주거라는 영역까지 밀고 들어온 건 아닌지, 이런 과대 포장이 사회적 낭비를 조장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명칭 변경은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을 잠깐 회피하는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 비뚤어진 사회적 시선에 떠밀려 정상적인 제도를 억지로 꿰맞출 필요는 없다. 국민에게 사랑받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 공공주택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위축될 이유가 없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