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찰국 출범, 그때 ‘NO’라고 외쳤더라면
[기자수첩] 경찰국 출범, 그때 ‘NO’라고 외쳤더라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8.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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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2일 출범한다. 요지는 이러하다. 일단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과 등 3개 과가 설치된다.

총괄지원과는 경찰청 중요정책과 법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국가경찰위원회에 안건을 올리는 업무를 한다. 인사지원과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과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임용을 제청한다. 자치경찰과는 자치경찰제도 운영 지원을 맡는다.

경찰 12명, 3·4급 공무원 1명, 행안부 내 공무원 3명 등 총 16명으로 꾸려진다. 초대 경찰국장에는 비경찰대 출신 김순호 치안감(경찰청 안보수사국장)이 자리한다.

지난 5월12일 취임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취임 즉시 행안부 내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행안부는 서둘러 구성해 다음 날인 5월13일 자문위 첫 회의를 열었다. 몇 번의 회의 후 지난달 15일 경찰국 신설 직제안을 완성해 당일 입법예고 후 같은 달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2일 시행하게 됐다.

행안부 차관 아래 설치됐지만 차관은 인사 업무에 관여하지 않아 사실상 장관 직속 조직이다.

이를 두고 경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간부급 경찰은 물론 일선 경찰까지 일어나 경찰국 설치를 반대했다.

장관 지휘에 휘둘리지 않고 경찰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4만 경찰 전체가 집단 반발하는 행위는 일단 저지됐으나 여진은 있다.

이 상황을 보니 지난 3~4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반발했던 검찰 조직의 모습이 떠오른다.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는 취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확보된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인 법이다. 검찰의 수사 업무를 경찰로 넘겨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 업무를 제한하고 기소와 공판만 전담하게 한 법으로 당시 검찰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라는 법조계 우려에도 지난 5월9일 민주당은 이 법을 통과시켰다.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검수완박법 시행에 국민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공룡 같던 검찰 조직에 옐로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기득권 세력을 건드렸다는 맥락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 전문성이 차이가 난다는 점, 그것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현실로 다가오는 대목이었다.

경찰국 신설은 검수완박법으로 비대해지는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안이다.

만약 경찰이 검수완박법 논란 당시 사회적 논의를 더 거쳐 절충안을 마련했다면 지금의 경찰국 신설은 보다 유연하게 접근되지 않았을까 싶다.

군중이 빨간불일 때 길을 건너면 그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자신도 그렇게 걷게 된단다. 모두 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옳게 느껴지는 심리 때문이다.

영어에서도 ‘NO’는 강력한 단어 중 하나다. 외제차 B사의 ‘펀 드라이빙’ 카피를 만들어낸 기획자는 사측의 여러 요구에 ‘NO’라고 답하곤 했다. 을의 입장으로 ‘NO’라고 답한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결과 수십 년이 지나도록 B사는 펀 드라이빙 명맥을 유지하며 베스트카에 올랐다.

‘NO’라고 외치는 건 당장 듣기는 싫어도 결과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검경뿐이 아니다. 개인이든, 어느 집단이든 뻔히 보이는 이기적임보다 상생의 마음으로 현명하게 일을 풀어나가는 그림을 구현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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