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전 결제도 안되고 카드 결제도 안되면 어떻게 하나요?
[기자수첩] 동전 결제도 안되고 카드 결제도 안되면 어떻게 하나요?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7.2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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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한국은행은 이른바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행한 바 있다. 지갑조차 없이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최근의 일상을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당시 한국은행은 현금 결제 후 슈퍼 등에서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카드사 포인트 적립식으로 전환하겠다며 동전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었지만 성적(일평균 적립 실적 3만5000건, 개별 매장 1.5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동전은 유통되고 있어 우체국 등에 가면 봉툿값으로 동전을 받고 있다. 동네 작은 문구점에서도 고사리 손으로 결제하는 동전을 볼 수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동전이 사용되고 있지만 은행을 방문해 모여진 동전을 지폐로 바꾸려고 하면 여간 애를 먹는게 아니다. 정해진 요일이 있는데다 바쁜 시간에는 눈치 봐가며 지폐로 바꿔야 하는 현실.

더욱이 교통카드 충전기도 500원 이상만 되는 곳이 많고 100원이나 50원, 10원은 들어가자마자 밑으로 빠져버린다. 분명 기계에는 10원짜리 모양도 가능하다는 그림이 있지만 열심히 동전을 넣어봤자 헛수고만 하고 만다.

동네 작은 문구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동전이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은행을 방문했다가 눈치 보며 지폐로 바꿨다는 말을 듣고는 분명 국가에서 발행한 화폐인데 이렇듯 차별받으며 천대받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다.

카드가 상용화된 사회에서 동전 사용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종종 카드 결제가 먹통이 됐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동전은커녕 현금결제마저도 안되는 일부 상점이 떠오르곤 한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도 있을 텐데 말이다.

어느 주말, 대형 커피숍을 찾았다. 그곳에서 현금결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집에 있는 동전을 천원단위로 작은 지퍼백에 담아 결제가 쉽도록 했다. 동전도 유통이 돼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었는데 집 근처라는 사실에 가방도, 지갑도 놓고 동전만 들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수년 전부터 동전뿐 아니라 현금결제를 하지 않는다고.

시스템상 오류로 카드 결제가 안 될 때는 그럼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도 직원은 그저 현금 결제는 불가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카드 결제가 불가하거나 현금만 소유하신 고객을 위해 현금 결제도 받아봤지만 보관이 어려운 데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받다 보면 또다시 직원들이 문을 닫은 후 현금 마감을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나.

분명 이 사회에서 인정한 화폐인데도 은행에서도, 상점에서도 홀대를 받는 동전. 심부름 값으로 100원, 500원 받던 시절 각 가정에서 아이들 방에 놓여있던 돼지 저금통(학생용 카드를 만들어 용돈을 지급한다)마저 사라진 요즘,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카드 결제 마비 사태.

통신망 먹통으로 정보통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전 사회가 빠질 공황상태에 대한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