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전세' 지속…월세 시장 살필 때
[기자수첩] '탈전세' 지속…월세 시장 살필 때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7.19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주거 임차 형태인 전세가 줄고 월세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4만건을 웃돌았는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원인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많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 지속해서 올랐고 최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0.5%p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올리기도 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연 최고금리는 4~5%대다. 이런 가운데 대출에 대한 월 상환금보다 월세가 더 싸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진 것이다.

최근 전세 세입자가 줄고 월세 세입자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월세 수요 증가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이 그대로고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는 시장 논리를 대입해보면 월세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집값이 급등했던 만큼 월세 가격도 그간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월세 가격 평균은 작년 7월 100만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107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월셋값은 최근 1년 꾸준히 상승세다.

100만원을 넘어선 서울 주택 월셋값은 임차인에게 이미 충분한 부담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주거비 외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월세가 그간 다소 기피했던 주거 형태였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임대차 시장 내 주요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유주택과 셰어하우스 등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월세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월세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주요 주거 형태로 자리 잡는다면 월세에 대한 정책 수립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간 부동산 정책은 주로 매매와 전세에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내달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전세와 월세 시장을 모두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원 장관 또한 월세 가격이 생활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문제를 인식했다.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 임대차 시장 내 변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