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영주유소가 비싼 이유는 알뜰정책 때문
[기고] 자영주유소가 비싼 이유는 알뜰정책 때문
  • 신아일보
  • 승인 2022.07.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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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정부는 고유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유류세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 7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에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할 것을 지시하고 나머지 자영주유소들도 빠르게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급기야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자영주유소를 단속하겠다고 했다.

언론에서도 직영-알뜰주유소와 자영주유소의 판매가격을 비교하면서 자영주유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연일 보내고 있다. ‘여전한 고물가에 붐비는 알뜰주유소’, ‘싼 곳 찾아 삼만리, 기름값 고공행진 속 알뜰주유소 북적’ 등 헤드라인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원성이 고스란히 주유소 현장으로 들어닥쳤다. “주유소가 폭리를 취한다” 등 일반 자영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알뜰주유소 보다 비싸다며 혐오에 가까운 국민들의 불만이 일선 자영주유소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알뜰주유소를 따르라’는 식의 유류세 인하 정책은 과연 옳은 것일까?

주유소는 유류세가 포함된 석유제품을 정유사로부터 구입해 일정부분 유통비용(주유소 마진)을 감안해 주유소 판매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전체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주유소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여기에 신용카드수수료(1.5%), 금융비용, 인건비, 임대료, 각종 공과금 등 매출이익 대비 80%에 이르는 판매관리비 반영시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율은 1∼2%대에 불과하다.

즉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주유소가 조정할 수 있는 비중이 거의 없다. 사실상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유사 공급가격은 주유소마다 다르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알뜰주유소에는 싸게 파는데 자영주유소에는 비싸게 판다”. 하지만 자영주유소에만 비싼 정유사 공급가격은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 때문이다.

당초 알뜰주유소 정책은 정유사와의 대규모 입찰을 통해 알뜰주유소에 100원 이상 저렴하게 공급해 일반 주유소보다 100원 싼 판매를 목표로 도입됐다.

현재 알뜰주유소가 자영주유소 보다 100원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반자영주유소들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알뜰주유소가 저렴한 이유는 정유사의 공급가격 차이에서 온다는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은 일반 자영주유소들보다 약 30∼40원 이상 싸게 판매됐다. 적어도 알뜰주유소가 일반 자영주유소들보다 30∼40원 정도는 싸게 공급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알뜰주유소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는 그동안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해 온 알뜰주유소에, 그리고 알뜰주유소가 싸게 팔면 싸게 팔수록 일종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기존 재고물량 등으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그 손해분을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한 현재 알뜰주유소와 일반 자영주유소의 가격차이는 얼마나 될까?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7월1주차 알뜰주유소와 정유사상표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알뜰주유소가 휘발유는 40.88원, 경유는 27.48원이 저렴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가격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정유사상표 주유소에는 정유사 직영주유소도 포함됐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유사상표 주유소 중 자영주유소의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에 대부분 자영주유소들도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왜 자영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일까? 알뜰주유소가 일반 자영주유소들보다 30∼40원 이상 싸게 공급받고 30∼40원 정도 싸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 판매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할 수는 없다. 공급가격 차이 때문이다. 일반 자영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알뜰주유소 보다 비싸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일반 자영주유소에도 알뜰주유소와 동일하게 공급하면 해결될 일이다.

즉 특정 사업자에만 특혜를 주는 알뜰주유소 정책이 아닌 ‘전 주유소 알뜰화’, ‘정부가격고시제’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기준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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