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2년만에 다시 헌재 법정 오르는 사형제도
[데스크칼럼] 12년만에 다시 헌재 법정 오르는 사형제도
  • 이종범 기자
  • 승인 2022.07.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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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인상 깊게 봤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최근 다시 접하게 됐다. 2054년 워싱턴에서 예지자의 예언으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죄를 예측해 범죄 예정자를 사전에 체포하는 ‘예방범죄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톰 크루즈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내는 유능한 요원으로 활약한다.

상대 배우 콜린 파렐은 살인사건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예방범죄 시스템의 법적 오류를 지적하며 톰 크루즈와 사사건건 맞선다. 실제 살인을 하지 않은 사람이 억울하게 범죄자로 누명을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사형제도가 있다. 우리 정부는  흉악범죄를 막을 마지막 안전판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어디서 그 억울함을 풀어야 하느냐는 항변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사형이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것도 국가인권위 입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래된 사형제 존폐 문제가 헌법재판소에서 12년만에 다시 불을 당긴다. 

헌재는 14일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변론을 연다. 이번 헌재의 최대 쟁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기본 중의 기본 권리인 ‘생명권’을 범죄자에게 까지 박탈하는 것이 합당한지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A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이며 사형 집행 후 오판으로 드러나도 이미 사라진 생명을 되돌릴 수 없어 적절한 형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에서는 범죄 예방에 따른 공익의 실현 대상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이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맞선다.

즉 사형제도가 미래에 발생할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헌재에서는 합헌 결정이 났다. 1996년에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2010년에는 재판관 5대4 의견이었다. 사형제가 위헌 결정이 나오기 위해서는 헌재 재판관의 9명 중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헌재는 이번 변론 후 연내에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그 동안 사형제 존폐 논란은 계속될 터다. 흉악 범죄자도 인권을 인정받아야 하는지, 사형제도가 범죄 억지력이 있는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범죄 억지력의 효과 증명도 쉽지 않다. 사형이 두려워 흉악범죄를 저지르려다 그만둔 사람들의 데이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계량하는게 쉽지 않다.

어찌됐든 다시 사형제 존폐 여부의 상자는 열린다. 어떠한 헌재 결론이 나더라도 상대방측에서의 원만한 수긍을 기대한다. 20년전 영화 마이너리티에서는 정부 요원인 톰 크루즈가 예측됐던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예방범죄 시스템이 빗나간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baramss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