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경제 활력 높여 위기의 파고 넘어야
[기고] 민간경제 활력 높여 위기의 파고 넘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2.07.08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
 

“마음 편히 기름을 가득 채워본 지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네요.” 연일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에 차 타기가 무섭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기름값 뿐 만이 아니다. 점심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는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시대가 열렸다. 최근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 급등기였던 지난 2008년 4.7%를 넘어설 전망이다.

팍팍해지는 것은 서민들의 삶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오르기만 했던 최저임금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각종 기업 규제로 국내 투자환경도 나빠졌다. 기업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이후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3.9% 늘었고 전일제 환산 일자리 수는 209만개 줄었다.

1970년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오일쇼크가 떠오른다.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투자와 고용은 부진해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 소득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변변치 않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동안 ‘빚투’니 ‘영끌’이니 하면서 늘어난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자금조달금리가 1%p 오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이른바 일시적 한계기업은 5.4%p 증가한다. 이처럼 급격한 금리인상은 기업과 가계 모두에 부담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이미 막대한 재정지출을 단행하면서 나라빚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했다.

결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에 산적해 있는 규제를 각종 세제혜택을 통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들이 당당히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잘 되어야 투자와 고용이 늘고 가계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경련에서는 전직 기재부 장관들을 초청해 총체적 복합위기에 놓은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행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역대 기재부 장관들은 법인세 인하와 노동개혁 등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법인세를 낮추면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법인세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노동계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와 불법파업 중단 등 선진화된 노사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새 정부도 강력한 규제혁파와 경제·사회구조 개혁을 통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실현을 위해 기재부 장관이 직접 경제 분야 규제혁신TF 팀장을 맡아 적극 나서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이러한 노력이 한국경제의 도약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