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119 구급대원?
매 맞는 119 구급대원?
  • 이열주
  • 승인 2009.12.06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6년에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 4년 가까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기술직으로 근무했었다.

응급실, 그 곳은 풋풋한 예비역 병장에게 2만 몇 천원의 군(軍) 월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짭짤한 월급과 함께 응급처치 능력을 배가시켜주었던 교육, 훈련장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그렇듯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취자를 포함해 소위 ‘있는 사람’, ‘힘좀 쓰는 사람’들로부터의 온갖 욕설과 폭력이었다.

학창시절을 지나 군입대해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겪으면서 “아~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다 있구나. 이런 시기를 잘 버텨냈으니 사회에 나가서 무리 없이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한 건 섣부른 생각이었던 것이다.

소방공무원이 되어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일한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 곳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양평이라는 지역이 타 대도시보다는 유흥문화가 성하지 않은 곳이라서 어쩌면 복(福)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방심을 좀 했을까? 주취자로부터의 예상치 못한 라이트 펀치에 그만 코피를 흘리고 말았다.

이쪽 계통에 나름 경험자라 욕설정도야 그냥 속으로 받아치고 말지만 그 순간은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뻔 했었다.

현재 파악된 [구급활동 중 신체적 폭행 및 기물파손 등 현황]을 보면 양평소방서 관내 2004년 1건, 2006년 1건, 2009년 3건이고 경기소방본부 관내 2006년 15건, 2007년 34건, 2008년 22건으로 신고하지 않은 폭력 건(언어적 폭력 포함)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맥 빠지는 것은 대부분의 폭력이 주취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음주로 인한 행위에 대해 관대한 사회문화속에서 슬그머니 마무리 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 마셔서 그런거니 용서해달라’ 혹은, ‘나 누구누군데 용서해줘라 마라’ 내 경우 역시 그랬다.

「소방기본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형법」, 「경범죄 처벌법」 우리대원들의 현장활동을 보호해줄 법들이다.

법대로 대응할테니 두고 보라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법치국가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술에 취했다고 해서, 몸이 아프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도움의 손길을 폭력으로 답하지 말아달라는 말이다.

응급환자든 비응급환자든 몸이 아픈 사람들과 보호자들은 애가 타고 마음이 급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몸이 아파본 평범한 사람이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나 아닌 타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함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우리가 살면서 정말 가까이 두고 있는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임을 느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