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볼트와 너트, 첨단뿌리 산업 육성해야
[기고] 볼트와 너트, 첨단뿌리 산업 육성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2.06.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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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임순 평산기공 대표이사(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장)
 

물체를 연결하고 고정하는 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사와 못, 리벳 등을 들 수 있는데 물리적으로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볼트와 너트를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너트는 나사 구멍이 있는 고정 장치의 한 종류로 항상 접합 볼트와 함께 사용해 여러 부품을 함께 고정한다. 이 두 파트너는 고정될 부품의 압축에 의해 함께 유지된다.

너트는 사각형 형태가 최초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육각형으로 대체됐는데 접합 부분을 조일 때 스패너를 사용하기 쉽도록 고안됐다. 이를 기초로 육각형 너트의 형태도 손잡이가 달린 것부터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오늘에 이른다. 따라서 볼트와 너트는 첨단 과학이 녹아있는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굴착기, 지게차 등 중장비 한 대에는 어느 정도의 볼트와 너트가 들어갈까. 놀랍게도 약 3000개 이상의 볼트와 너트가 들어간다. 그리고 중장비에 쓰이는 볼트와 너트는 견고성과 내구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들이 풀리지 않도록 하려면 가급적 큰 힘으로 조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정 이상의 힘을 가하게 되면 변형되어 원래의 형태로 재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제조업의 바탕을 이루는 중요한 뿌리가 된다. 

볼트와 너트 제조는 흔히 단조산업으로 분류된다. 단조공법은 금속을 일정한 온도로 가열한 다음 재료의 조직을 균질하게 하고 프레스 작업을 통해 모양을 만드는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다. 이는 틀을 이용한 주조 공정과 비교할 때 금속 내부 입자의 강도가 더 튼튼하고 복잡한 디자인 성형도 가능하다. 반면 초기자본투자 비용이 크고 공정에 필요한 기계, 장비 고가이며 기술자의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단조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정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볼트와 너트 산업은 단조산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규모가 작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공급망 사슬이 붕괴되면서 대기업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틈새를 노리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1976년 창업한 본사는 제조업의 필수요소가 되는 볼트, 너트, 기계부품 가공 및 열간단조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ISO 9001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연구개발에 힘써 진보된 기술력과 고객 요구에 대해 한발 앞선 대처로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46년째 국내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조기술에 있어서 기술발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단조는 작업 온도에 따라 구분되는데 상온에서 냉간단조 공법은 고정밀도, 고강도 등으로 소형 제품에 적용 가능하다. 본사는 재료를 가열해 일정 온도 이상에서 단조하는 열간단조 기술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특정한 금형을 사용하지 않고 성형하는 자유단조와 금형을 사용해 성형하는 형단조(Die Forging)로 발전해 가고 있어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단조산업은 제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뿌리산업’이란 뿌리 기술을 활용하는 장비 제조업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을 말한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초산업으로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단조 산업을 뿌리산업으로 육성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전폭적인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서임순 평산기공 대표이사(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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