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기자수첩]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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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시끄럽다.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최근 여의도를 집어삼키는 이슈는 '검수완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관련 입법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검찰 정상화'라고 표현하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국민의힘은 '국민 독박 죄인 대박'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선언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물러서지 않고 단독 처리라는 강수를 두자 국회에서는 육탄전이 난무했다. 2019년 '빠루(쇠지렛대)'까지 등장했던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 사태 이후 3년 만에 동물국회가 펼쳐졌다.

도대체 검수완박이 뭘까.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여야의 끝없는 샅바싸움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용'이 빠져 있단 거다. 민주당은 현재 검찰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 국민에게 좋지 않으니 이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키 위해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힌다. 국민의힘은 검찰개혁을 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가므로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한다. '강행해야 한다' 혹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만 있을 뿐 이것이 통과되거나 혹은 되지 않았을 때 국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여야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검찰개혁 논의가 결국 진영 대결로 치닫는 이유다.

청문회 정국은 공수교대다. 민주당은 차기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을 향한 여러 가지 의혹을 늘어놓고 후보자들과 국민의힘은 '신상 털기'라며 반발한다. 특히 '아빠 찬스'로 논란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더욱 지탄받는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 따라 당내서도 정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요구도 나왔으나 그는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여전히 후보자 신분을 유지 중이다. 

청문회 첫 타자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경우 지난 25~26일 열린 인사청문회는 각각 채 1시간도 진행되지 않은 채 파행을 거듭, 법정 시한을 넘긴 다음달 2~3일 다시 열기로 했다.

차기 내각 인사들이 여러 의혹에 휩싸인 만큼 줄지어 열릴 청문회도 정책을 살피기보단 의혹 검증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지나치게 도덕성 검증에 편향돼 있어 청문회에서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 후보자를 향한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지만 이게 곧 정책 검증 부재란 의미는 아니다.

대선 이후 국회는 소란스럽다. 하지만 어디에도 민생이 없어 공허할 따름이다. '빈 수레가 요란스럽다.' 요즘 국회에 딱 어울리는 속담이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