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20여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금융권은 새 정부가 어떤 ‘관치형 금융정책’을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익성이 적고 지속가능성도 담보되지 않은 금융정책에 또다시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에서 콘셉트를 잡고 내놓는 특정 금융 정책에 동원돼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야 했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금융’과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금융’이 대표적인 예다.
녹색금융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목받았다.
친환경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이나 태양광 기업 등에 대출해주는 것이 녹색금융의 골자다. 당시 금융사들은 한목소리로 녹색금융을 경영목표라고 외치고 관련된 상품을 출시했다.
급기야 2009년에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 업권의 금융사가 모여 ‘녹색금융협의회’라는 모임까지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녹색금융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정권이 바뀐 뒤에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 키워드가 주목 받자 금융사들은 또 창조금융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년창업 지원과 창의인재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춘 창조금융예금 등 각종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겹치면서 창조금융은 문재인 정부 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순식간에 금융산업 기조가 바뀌는 일이 반복된 모습이다.
이에 한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보다 장기적인 수명을 갖춘 금융정책 기조가 갖춰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 정책을 내놓을 때 관치의 성격에서 탈피해 방향만 제시하는 등 마중물의 역할만 수행하고,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정부는 정권 초창기 금융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포용적 금융’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뉴딜 금융’을 추진해오고 있다.
과연 윤석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남을지, 아니면 멋들어진 이름의 새 ‘OO금융’ 정책에 밀려 사라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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