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vs 신한' 서울시금고 '금융의 삼성' 자격 경쟁
[기자수첩] '우리 vs 신한' 서울시금고 '금융의 삼성' 자격 경쟁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4.19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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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등 인수 이슈 많아…임박한 롯데카드 인수전에서도 '냉정' 발휘하길
 

이쯤 되면 '삼성 스타일'이다. 은행들의 서울특별시 금고 운영권 전쟁 말이다.

서울시 금고 운영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1,2금고가 모두 신한은행의 손에 들어가는 걸로 얼마 전 결론이 지어졌다. 신한 측은 100년 전통의 서울시금고 장악 역사를 자랑해 온 우리은행 아성을 지난 번 깬 바 있다. 이렇게 일단 자리를 잡은 뒤 다시 격돌한 금년 경쟁에서는 아예 굳히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후일담이 재미있다. 신한 측이 적어낸 출연금 액수가 과도한 데 우리 측에서는 배짱을 부렸다는 것이다. 신한으로서는 몸이 달았을 것이다. 지난 번 서울시금고 진입을 위해 전산 투자를 좀 과하다 싶게 했으니, 이번에도 유지를 해야 될 필요가 높았다. 특히나 신한은행으로서는 지난 번 서울시금고 첫 진출 때에도 금융 당국으로부터 과도한 출연금 제시 문제로 과징금을 맞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 터에 새삼 과거부터 '금융 부문의 삼성'으로 불려온 신한 측의 샤프한 판단 능력과 감각이 이제 빛이 바래는 게 아닌지 생각도 해 볼 대목이다. 오히려 금융의 삼성 명칭에 우리은행 내지 그 뒤의 우리금융그룹 측 행보가 더 가깝지 않은지 세간의 인식 전환 가능성도 저울질해 볼 때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건 아니라 우리 측에서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겸손의 뜻은 알겠으나, 비단 지금 우리 측이 돈이 없어서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 지르는 사정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공적자금 상환 책임이라는 원죄 하에서 시달려 온, 조금 달리 해 보면 치열하게 민영화를 위해 노력해 온 체질 개선 노력이 바로 무리한 우회 지출 문제를 접을 수 있는 냉정을 공급해 준 요소가 아닌가 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여러 인터뷰에서 증권사 인수 등에 적극 나서겠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는 배짱 경영을 강조해 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증권 등 각종 영역을 다시 강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가야 하지만, 그 길에 많은 유혹과 오판 가능성이 있다. 그걸 피하는 게 어찌 보면 더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손태승식 경영엔 이 부분, 즉 대도무문(큰 정의로 나갈 때엔 오히려 정해진 문, 길이 없음)의 고민과 결단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다.

다만 이 대목에서, 이번에 모처럼 우리은행 또 우리금융에서 금융의 삼성 같다는 찬사를 신한에게서 빼앗아 온 상황에 넘어야 할 다음 허들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롯데카드 문제다. 현재 오가는 이야기로는 롯데카드 인수 논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한다. 롯데카드는 우리금융에서 전방위적인 종합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그림을 그리기에 괜찮은 파트너다. 이미 갖고 있는 비실비실한 아들 우리카드에게는 과분한 며느리감이니, 이를 통해 태어날 통합 카드의 역할 모델이라는 손주 볼 욕심에 눈이 멀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간에 떠도는 값 이야기는 비싸다, 3조원이면 적당하다는 소리를 뿌리치고 우리금융이 결국은 무리수를 지를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호사가들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더 흥미롭다. 우리는 이번에 이 유혹을 넘어설 것인가? 그리고 과연 적정한 가격이 아니면 증권사를 차라리 안 사들이고 말겠다는 손태승식 결기를 훼손치 않고 대업을 향해 계속 걸어갈 것인가? 우리금융 쪽의 판단과 결단이 어떻든, 주주들은 그리고 혈세로 우리를 살려냈던 국민들은 존중할 것이다. 다만, 그렇게 어렵게 완전 민영화를 이룬 점, 그리고 이제 서울시금고 출연금 이슈에서 보여 준 '파란 피(삼성 같은 정신을 말함)'를 생각하면 그걸 불과 막바로 이어진 롯데카드 건에서 날려버리긴 조금 아깝다.

금융에도 삼성 같은 모범 회사들이 있음을 앞서 신한이 보여줬다면, 국민의 혈세 지원으로 되살려 낸 금융기관 중에 '기관스러운' 모습을 확연히 떨쳐내고 피까지 모두 파랗게 치열한 민간기업 정신, 글로벌 마인드로 갈아넣은 업체가 하나쯤 있다는 건 우리가 보여줬으면 한다. 카드 부문 강화와 증권사 인수에서도 이번 서울시금고 전쟁 때처럼 버텨 나갔으면 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