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값 기사에 놀라지 마세요
[데스크 칼럼] 집값 기사에 놀라지 마세요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2.04.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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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준비에 분주하다. 정권 교체기에 맞춰 부동산 기사를 다루는 언론의 움직임도 바쁘다. 새 정부 출범이 부동산 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독자에게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일단 집값 통계를 들춰본다. 초점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3월9일 전과 후의 차이에 둔다. 윤 당선인이 시장에 미친 파급력을 찾아서 분석한다. 이 시기 주택 시장 변화의 원인은 오롯이 윤 당선인에게서 찾는다. 집값이 올라도 윤 당선인 때문이고 내려도 그 때문이다. 언론에 중요한 관심거리는 집값 자체보다 윤 당선인이 숫자를 어떻게 바꿔놓았느냐다.

새 정부의 출범은 부동산 정책의 판이 크게 한 번 흔들리는 중요한 이슈다. 대선 결과를 집값과 연관 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더욱이 이번 20대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부동산 아니었나.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에 발목 잡혀 정권을 내줬다는 해석도 있을 정도니 다가올 윤 정부에도 부동산은 적잖이 부담스러운 존재일 거다.

안 그래도 '변화'라는 단어에 눈이 가는 시기인데 정권 교체의 공신으로 '부동산'이 떠오른 상황이라 '집값 변화'는 한동안 초미의 관심사가 될 거다.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사가 쏟아질 거고 이 과정에서 자칫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포장되거나 조금은 과한 충격 전달 기법이 사용될 수도 있다. 변화를 가능한 생생하게 전하려는 욕심이 종종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같은 기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데이터를 봤을 때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말 이후 최근까지 주간 0.1% 미만 변동 폭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굳이 대선 후 변화를 찾자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있는 '용산구' 아파트값이 지난주에 상승 전환한 것과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올랐다는 것 정도다. 이 역시 아직은 주간 0.01% 상승으로 보합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국민은행 통계로는 소폭 상승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가장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0.02%로 역시 불안한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인다거나 호가가 몇억원씩 뛰었다는 데 초점을 둔 기사가 부쩍 늘었다. 신아일보도 지난달 말 제목에 '강남권 아파트값 다시 꿈틀'이라는 표현을 담아 기사를 생산했다.

집값 기사는 나름대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에 기반해 그럭저럭 객관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사의 온도 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심한 경우 기자가 입맛에 맞는 통계를 골라 쓰기도 한다. 독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집값 기사를 대해야 한다. 기사는 참고만 하고 조사 기관이 공개하는 원래 데이터를 확인하는 게 시장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일 수 있다.

집값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논리를 따라가지만 시장 심리에 크게 흔들리곤 한다. 심리가 수급 상황 자체를 바꿔놓기도 하는데 집값은 결국 숫자로 표현된 주택 시장 심리다.

문제는 의도치 않게 집값 기사가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이런 기사가 안정보다 불안정에 더 집중한다는 데 있다.

때때로 언론의 해석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오르면 과열이고 내리면 냉각. 오르면 올라서 문제고 내리면 내려서 문제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일정하면 지독한 관망세라 또 문제다. 언론이 바라보는 한국 부동산은 그냥 존재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 정권 교체기 집값 기사가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기사는 안정적이라는 표현과 그다지 친하지 않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