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양극화와 여성기업 정책
[기고] 코로나 양극화와 여성기업 정책
  • 신아일보
  • 승인 2022.03.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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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코로나19(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 양극화라는 표현도 나온다. 유엔의 웹 페이지를 보면 세계적으로 사회와 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주는 코로나19 전염병은 건강, 경제, 보안, 사회적 보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친 구조적 불평등에 노출되면서 사회‧가정 모두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의 상황을 보면 여성이 대표로 있는 여성기업 수는 277만개로 전체 689만개의 약 40.2%를 차지한다. 그러나 매출액은 10%에 불과하다. 여성기업은 규모가 작고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업이나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주로 여성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여성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자금, R&D·금융 지원 수혜율도 평균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3월10일 내놓은 ‘코로나19 시기의 가족 돌봄’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상황에서 여성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팬데믹 이전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돌봄 시간은 주당 43.7시간이었으나 팬데믹 이후 전국의 휴원·휴교 사태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돌봄 시간은 63시간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남성 노동자의 자녀 돌봄 시간은 주 41시간에서 44시간으로 늘어났다.

또한 보고서는 돌봄 노동 부담으로 여성 실업이 증가한 사실에 주목했다. OECD가 2019년 4분기와 2020년 3분기 사이 실업을 경험한 12세 미만 자녀가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의 실직 비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한국은 여성 4%, 남성 1.1%로 성별 격차가 2.9%P에 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퇴직 사유 중 자녀 돌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녀 연령이 낮을수록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성문제를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에 집중해 왔다. 달리 표현하면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중심으로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의 경제정책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여성기업 육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경제성장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일자리 창출 등과 직결된 중요한 이슈임에도 여성의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능은 부족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여성 경제정책을 위한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 저출산의 한 요인이 되는 경력단절의 경우만 보더라도 여성들이 주로 육아휴직을 하고 자녀 돌봄을 위해 직업을 포기하는 것은 소득이 적은 자가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정책 마련, 디지털 기술 습득 지원을 통한 취업훈련 기회 제공 등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유럽 젠더연구소(EIGE)의 보고서에 따르면, 양성평등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한다. 양성평등이 이뤄지면 유럽연합에 2050년까지 최대 1050만개의 추가 일자리가 창출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2050년까지 거의 1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양성평등은 성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성장과 직결되고 있음을 확인케 한다.

오늘날 여성은 소비의 주체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에 직접 참여하며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여성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조합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해 말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여성기업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면서 여성창업 활성화와 여성기업 구조혁신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는 여성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은 없다. 이제 중소벤처기업부 내 여성기업 정책‘실’ 신설을 시작으로 해법을 찾으면 한다.

/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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