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 간소화가 필요한 이유
[기자수첩] 실손보험 간소화가 필요한 이유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3.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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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와 소비자 모두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의료계 반대에 막혀 십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새로운 진전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열린금융위원회 출범식에서 실손보험 청구체계 간소화 등을 담은 금융 분야 첫 번째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급여와 자동차보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청구체계를 간소화할 수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과 보험사의 행정부담과 자원 낭비를 제거하고 보험소비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험금을 지급받아 가계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결과를 떠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은 한 단체의 이익 관계를 떠나 소비자 편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약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전산을 활용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13년째 국회 계류 중이다.

이에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뒤 사진을 찍어 보험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하거나, 팩스·이메일·우편 등의 방법으로 청구해야 한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로 나타났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이 귀찮아서(23.5%) 등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한 이유가 약 7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보험업계와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등의 협업으로 모바일 청구 앱이나 병원 내 키오스크를 통해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특정병원과 특정 보험사에 한한 것으로 활용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의료계는 ‘간편한 보험금 청구’라는 목적보다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우려하며, 여전히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이 뽑은 새 정부는 의료계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가 13년째 종이 서류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국민의 불편을 어떻게 야기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시대에 유독 보험금 청구는 국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