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많은 배는 누가 만드나
[기자수첩] 그 많은 배는 누가 만드나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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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연이어 수주 잭팟을 터뜨리고 있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수주 물량은 쌓여있지만 배를 만드는 현장 인력이 부족해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9만2809명으로 2015년 20만2000여명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앞으로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업 생산 직접직 인력 대비 향후 필요 인력’ 자료에서 올해 상반기 부산·울산·경남·전남 등 조선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업 생산 인력은 협력사를 포함해 약 9400여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인력난은 극심한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7∼8년 전 단행한 대규모 인력감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숙련공 상당수는 이 시기 구조조정, 정리해고, 이직 등을 이유로 현장을 떠났다. 이 여파가 10여년만의 대호황을 맞은 지금에서야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국내 조선 3사 모두 지난해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연초 수주 잔고를 채우는 등 수주 규모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일감은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턱없이 모자른 셈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인력난이 닥친다는 위기감이 조선업계에 만연하다. 이뿐만 아니다. 선박 제조 숙련공을 비롯해 친환경·스마트십 솔루션 개발을 주도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 수혈도 시급하다.

조선업계는 부랴부랴 인력 충원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생산기술직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지난 2015년 모집 이후 약 7년만에 채용이다. 현대미포조선도 8년 만에 채용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정규직 전환, 기숙사 확대, 기술훈련생 훈련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인력 유입에 노력했다.

정부 또한 올해 조선 인력 8000명을 양성하고 신규 인력 유입을 확대한다는 ‘케이(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신규 채용인력 인센티브를 신설하고 퇴직인력 채용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 체계와 현장처우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몇 년 전 현장을 떠난 숙련공들은 임금은 높고 노동 강도는 낮은 플랜트나 건설 업종으로 대거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과 현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들을 비롯한 신규 인력들이 구태여 조선업계로 흘러올 이유가 없다.

조선 산업 경쟁력은 결국 전문 인력 확보에 달려있다. 10년 만에 찾아 온 ‘슈퍼사이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선업계와 정부 공동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