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림픽과 국수주의
[기자수첩] 올림픽과 국수주의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2.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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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피즘에 따르면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그 정신을 이어받은 항목이 있을까. 세계인의 축제라 일컫는 올림픽 축제의 현장에서 올림픽 기간 내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큰 논란 속에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막식부터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이 개최국인 중국의 소수민족의상으로 둔갑해 등장하는가 하면 쇼트트랙 종목에서 촉발된 개최국 편파판정 논란을 두고 중국 언론은 “강대국(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약소국 한국인의 오랜 자격지심”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인류평화를 상징으로 4년마다 열리고 있는 올림픽은 그 시작과 달리 국수주의와 상업주의에 오염된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지난해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인류 최악의 감염병 위험 속에서도 개최국의 이익만을 쫓은 졸속 축제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하나가 돼 인류평화에 앞장선다는 올림픽. 그 올림픽이 개최국을 비롯한 출전국 각각의 이익과 국가주의적 경쟁만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인의 우상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으로 금메달을 딴 베를린올림픽에선 유태인 학살 주범 히틀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물론 후대 독일인들은 진심 어린 참회와 반성으로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지만 20세기 올림픽에서 세계대전 가해 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니.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다르지 않다. 각종 인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부터 논란은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을 시작으로 다수의 유럽에서 올림픽 외교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극한 대치를 보였다.

올림픽과 국수주의. 큰 간극을 가지고 있는 두 단어가 함께 사용되며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인류평화는 퇴색돼 버렸다. 다른 나라로 귀화한 지도자를 연일 맹공격하는가 하면 올림픽을 정치외교 무대로 밀어 넣고 과거 식민지 역사까지 끌어오는 판국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수주의란 무엇인가. ‘국익을 우선적으로 중시하고, 극단적인 내셔널리즘 혹은 자국의 민족주의에 극단적으로 헌신할 것을 강조하는 것’ 국수주의에 폐단으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지만 여전히 그 그림자는 현재를 짓누르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