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항 등진 포스코, 사명도 바꾸나
[기자수첩] 포항 등진 포스코, 사명도 바꾸나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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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철강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본격적으로 떼어낼 심산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서울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신성장사업 R&D(연구개발)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도 최근 서울에 개원했다.

포스코는 철강과 신사업 간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소재·에너지 중심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포항을 기반으로 전폭적인 성장을 일궈온 포스코를 두고 포항의 반발이 거세다. 지역 표심과 맞물리며 대선 후보들까지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포스코(POhang Iron&Steel COmpany)가 아니라 ‘서스코(서울+포스코)’로 사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뼈있는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포스코 지주사 출범으로 인한 포항, 광양 인력의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는 전혀 없다”며 “포스코 본사도 여전히 포항”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그간 대기오염, 유수 문제, 잇단 인명사고 등을 숱하게 야기해온 공장 시설은 포항에 그대로 두고, 번듯한 지주사 본사만 서울로 쏙 가져간다는 비난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 하다.

포스코홀딩스 서울 이전은 비단 포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공동 과제로 직결된다.

대구·경북 지역 유일한 대기업인 포스코의 서울 이전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처사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기관도 지방으로 거점을 옮기는 마당에 ‘서울공화국’에 일조하는 포스코의 행보는 씁쓸하기만 하다.

철강기업으로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 왜 포항이 아닌 서울일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하다.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의 포항 지역민 간 소통 전무(全無)는 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유명한 속담이다. 이 말은 기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포스코는 지난 1968년 창사 이후 포항에 제철소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포항 지역 발전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환경오염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야기해왔다.

혼자 자라는 아이는 없듯 혼자 성장하는 기업 역시 없다. 포스코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쇳가루 날리는 곳에서 포스코만 바라보고 살아온 포항 지역민들의 우려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