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래 없는 시장이 말하는 것
[기자수첩] 거래 없는 시장이 말하는 것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2.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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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을 필두로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 가격이 잇따라 하락 전환했다. 공급 확대책으로 선회한 이후 지속해서 집값 하락을 언급해온 정부는 변곡점을 맞은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에 고무된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책 발표 직후 물량효과로 단기 시장 불안이 완화됐다"며 "하반기 들어 후보지 및 지구 지정 본격화로 최근의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이 같은 평가에 물음표가 달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 전환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짙어진 관망세와 함께 찾아온 초 거래절벽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선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분위기여서 사야 할 사람도 안사고, 팔아야 할 사람들도 안 파는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비정상적인 거래위축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초 거래절벽 상황으로 인해 거래량이 적다 보니 통계가 왜곡돼 하락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매매량은 이달 7일 기준 3340건으로 1년 전 2만9108건 대비 88.5% 급감했다. 서울은 631건으로 작년 1월 5795건 대비 89.1% 줄었고 경기도 1년 전 1만8782건보다 88.1% 줄어든 2236건에 불과했다. 인천 역시 지난달 473건을 기록해 작년 같은 달 4531건에서 89.6% 감소했다. 

1년 전보다 거래량이 9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 일부 거래가 전체적인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지금 시장 분위기는 이런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집값 하방 압력 중 하나로 거론되는 최근 전셋값 내림세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는 임대차법을 통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2+2년 계약이 만료된다. 집주인이 새로운 계약에 지난 2년 치 임대료 상승분과 앞으로 4년치 임대료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속도를 내는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인해 전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하반기 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최근 시장은 하방 압력과 함께 상승 요인들도 내재된 모습을 보이는 등 아직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섣부른 판단은 다시 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차분하게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