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페이 논란 호사다마…초심 질주 기대
[기자수첩] 카카오페이 논란 호사다마…초심 질주 기대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2.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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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다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지출 증가 여파로 '적자'라는 성적표를 공개한 것.

실제 카카오페이 실적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영업손실 2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79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거래액은 99조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늘어난 4586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난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주식 보상 비용 및 4대보험 증가분, 기업공개(IPO) 부대 비용을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9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이슈만 아니었다면 흑자전환 달성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일정 수량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 영업이익 확대나 상장 등으로 주식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보상 제도다. 채용 당시 많은 임금을 보상할 수 없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통해 인재를 모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스톡옵션을 행사한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 다만, 주식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는 경우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 향한다는 점은 유념해야 하고 카카오페이는 이 문제를 간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경영진 8명 상장 한 달 여만에 보유 지분 44만주를 매각했다. 류영준 대표의 경우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23만주를 처분했다. 처분단가는 20만4017원으로 총 469억원 규모다.

이날 나호열 기술총괄부사장(3만5800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3만주),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3만주), 이진 사업총괄부사장(7만5193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3만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이승효 서비스총괄 부사장(5000주) 등도 처분단가 20만4017원에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총 878억원어치의 지분이 한꺼번에 현금화되니, 당연히 카카오페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시장의 분노는 곧 임원진 먹튀 논란으로 확산됐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사내 간담회를 통해 거듭 사과하며 향후 2년의 임기 기간 보유 주식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논란에 책임을 지고 류 대표가 자진 사퇴했다. 내정됐던 카카오 대표 자리도 내려놨다. 신 대표 내정자는 주식 매각으로 얻은 차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카카오페이도 주요 경영진도 주식을 다시 사들이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부랴부랴 카카오페이는 먹튀 논란 이후 교과서적인 사과와 '초심'이라는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00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이 말하듯 이미 카카오페이는 우리의 일상을 충분히 파고 들었고, 정착했다. 이미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초심이라는 원초적인 방향을 선택한 만큼 혁신의 혁신을 거듭했던 지난날의 카카오페이를 기대해 본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