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사가 만들어주는 병
[기고] 의사가 만들어주는 병
  • 신아일보
  • 승인 2022.01.19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수식 의학박사
 

의사를 찾는 환자의 심정이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외상이나 피부병이 아닌 다음에야 의사가 검진을 통해 밝혀내는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환자는 자기의 고통을 정확히 알아 맞춰주길 바라는데 의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처한 입장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를들어 밥맛이 없고 몸이 피로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호소할 경우 청진이나 혈액검사, 기타검사 방법으로도 이상이 없다고 하자. 괴로워서 찾아온 사람을 병이 없다고 하자니 엉터리 의사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고 환자가 믿을 만한 병명을 붙여 주려니 양심이 허락질 않는다.

이러한 경우 자칫 잘못 던지는 의사의 말 한마디가 정말 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밥맛이 없는 사람을 위염이나 위하수라고 하거나 가슴이 뛴다고 호소할 경우 심장이 조금 약하다는 등의 암시는 환자로 하여금 위장병이나 심장병 환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흔히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뒷골이 띵하거나 목덜미가 뻐근한 경우가 많다. 

지속되는 긴장이 자율신경의 작용에 의해 근육긴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을 모두가 고혈압이라 잘못 알고 있다.

이러한 경우 긴장 때문에 정상혈압보다 10~20mmHg정도 올라간 혈압을 혈압이 조금 높다고 했을 때 그 환자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점차 음식을 가려 먹고 행동을 조심하게 되면서 완전한 고혈압환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의사의 오진도 있을 수가 있지만 조그마한 병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게의 경우 내과적인 질병보다는 소위 '정신신체질환(精神身體疾患)'의 경우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가 곤란을 느끼게 된다. 

즉 심리나 정신의 상태가 몸에 영향을 주어 생기는 병으로 그에 따른 공포감으로 부지불식간에 심신을 긴장시켜 두통이나 혈압 상승, 소화성 궤양, 과민성 대장증상, 신경성 식욕부진 등 다양한 정신신체질환으로 나타난다. 

검진에 있어서 진단이나 치료에 심리적 인자에 관한 배려가 특히 중요하다. 환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증상 즉 정신적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자기의 병을 마음의 병으로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관념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정신과 병원을 찾기 싫어하는 것도 오랜 관습 때문이다. 신체적인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환자의 소망과 싫어하는 병명을 꼬집고 싶지 않는 의사의 마음이 '신경성'이라는 편리한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점쟁이처럼 마음에 드는 병명을 끄집어내어야만 고명한 의사라 믿어주는 사회 풍토가 자칫하다간 환자에게 아부하는 의사를 만들게 되고 환자에게 아양을 떨다보면 "심장이 조금 약합니다"는 식의 설명을 하게 될 때 결과는 뻔한 것이다.

약 주고 병 주는 식의 치료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서로가 믿을 수 있는 현실이 아쉽다.

/송수식 의학박사

 

master@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