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에 무거운 짐 '탄소중립'
[기자수첩] 중소기업에 무거운 짐 '탄소중립'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2.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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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2050 탄소중립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중소기업계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수립 과정부터 중소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이 없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목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국내 중소기업계도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태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을 신년인사회에서 에둘러 말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탄소중립 동참 필요성을 느끼는 중소기업은 64.2%에 달했지만 대응계획이 있는 기업은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탄소중립으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된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95.7%에 달했다. 중소기업이 탄소중립을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도 자금과 인력 부족이 컸다.

현재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부문 배출량 30%, 국가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이 탄소중립 이행과 무관하게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이행 노력 없이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다. 이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탄소중립 기준을 제시하면 중소기업의 도미노 폐업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점을 알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탄소중립 예산 4744억원을 투입해 약 2500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지원 대상을 매년 10%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고탄소 업종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 지원 △그린분야 혁신 벤처·스타트업 육성 △중소기업 전반의 탄소중립 경영 확산 촉진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 거버넌스 확립 등 4대 지원방안을 정했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이나 고탄소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이 탄소중립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를 통한 전기료 인하,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 환경세 감면 등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