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내 아이폰13을 망가뜨렸나
[기자수첩] 누가 내 아이폰13을 망가뜨렸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12.09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부처에 자료요청을 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이첩했다 하고 과기정통부는 담당부서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아이폰13 수신 장애 관련해 실태파악에 나선 한 의원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며칠 전 기자와 통화에서 “아이폰13 수신 장애 피해사례가 발생해 관련부처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각자 소관이 아니라며 발뺌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이폰13 수신 장애 논란은 이 기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전화·문자가 제대로 수신되지 않고 뒤늦게야 부재중 알림문자만 온다는 것. 약 두 달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지만 해결까진 요원하다.

1차 책임은 기기를 만든 애플과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에 있다. 하지만 정부도 미적지근하게 늑장 대응해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일에서야 담당을 지정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정부부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방통위는 방송·통신관련 규제·감시와 이용자 보호, 과기정통부는 산업 진흥과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적용할만한 규정을 찾기 힘들었을 테다. 피해자 대부분은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지만 아이폰13이란 특정 기기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KT발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사태와 결이 다르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통신이 아니라 아이폰13 기기 자체가 문제라면 제조물 책임 등의 분야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원 소관이다.

다만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면 이질적이다. 이용자 보호를 명목으로 넷플릭스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없던 법안도 뚝딱 만들어내며 규제에 열을 올리던 정부부처들이 이번 문제에 대해선 서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미국기업이라 손 대기 힘든 걸까. 울타리를 세우기 전엔 영역 확보에 적극적이지만 일단 정한 뒤엔 남의 땅을 탐내지 않는 관습이라도 있는 걸까. 경계선에 걸쳐진 문제엔 청와대 청원에 게재 또는 다수 언론에서 보도라도 해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까.

국민들은 어떤 행정기관이 담당하고 누구의 책임인지 궁금한 게 아니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 바랄 뿐이다. 우리 삶의 중요 도구로 자리 잡은 ‘통신’ 문제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를 책임기관으로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기도 하다.

통신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면 발 빠르게 실태조사 후 담당기관을 가려도 된다. 아니면 타 부처와 협업해 대처하는 방안도 있다. 이런 걸로 범정부 컨트롤타워까지 세울 순 없지 않은가. 부처 간 칸막이를 치우고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보여줬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