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한글의 날
우울한 한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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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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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63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온 겨레의 자랑이요, 인류 무형문화재의 금자탑인 한글이 반포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는 “한글, 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주제로 관련단체들과 함께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서울시도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의 동상 개막식을 개최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민족은 고대로부터 한자를 사용해 왔으며, 5-7세기부터 이두문자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1446년 세종대왕은 “나라말이 중국에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내가 이것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창제한다고 공표하고 있다.

세계사를 통해 크고 작은 많은 민족들이 자기 나라말을 표현할 문자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한글처럼 왕이 직접 발명을 주도하고, 많은 천재학자들(집현전 학사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낸 적은 없다.

때문에 한글은 글체가 아름답고 과학적이며 세계 최고로 완벽한 문자가 되었던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세계적인 표음문자인 로마자와 잠시 비교해보아도 그 탁월함이 입증된다.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로마문자는 유럽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알파벳 26자다.

그러나 나라마다 어떤 글자가 첨가되거나 액센트 또는 발음기호 점이 너절하게(?) 첨부되기도 하며, 소문자도 있어서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한글은 24자인데 비해 로마자는 26자나 되면서 모음이 A·E·I·O·U의 5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글은 모음이 20자가 넘는다.

따라서 한글은 새소리를 비롯해서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비해, 로마문자의 대표 격인 영어는 개 짓는 소리를 “바우바우”라고 표기하며 닭 우는 소리는 “쿡쿠두둘두”란다.

배꼽을 잡을 일이다.

한글의 글체가 아름답다는 것은 균형이 잡혀있다는 의미다.

로마자가 2차원의 문자라면 한글은 받침으로 종결되는 3차원의 문자다.

입모양과 혀의 위치 등을 치밀하게 연구해서 창제한 과학적인 문자라는 사실은 굳이 입증할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한글은 창제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500여 년간 수난을 당해왔다.

그것도 그 시대의 최고 지식인들에 의해 천시되고 의도적으로 말살되어 왔는데, 오늘날에도 이 같은 해악은 계속되고 있다.

옛적에는 지배층이 종주국을 섬기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한글을 핍박해 왔는데,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한자가 영어로 대치된 것뿐이다.

한글날을 맞아서도 우울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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