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보다 무서운 화마
[기자수첩] 코로나보다 무서운 화마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11.11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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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저녁 9시로 제한됐을 때다.

건물 1층에 들어선 한 음식점에 불이 났다. 2층은 음식점 주인과 그의 가족이 살았다. 영업 마감 시간 직전인 저녁 8시59분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술손님은 의외로 저녁 8시에 뜨는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주인도 일찌감치 셔터를 내리곤 했다. 2층으로 간 지 6시간이 흘렀다. 새벽 2시 거실 쪽에서 “창밖너머로 흰 연기가 보인다”는 외침이 들렸다.

방에 있던 주인은 급하게 일어나 상황을 파악했고 119를 불렀다. 1층 음식점 주방 근처에서 불이 난 것이다.

연기가 2층까지 올라왔으니 상당히 큰 불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가족 중 한명이 새벽까지 안자고 그 연기를 봤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불길은 꽤나 거셌다. 뒷집도 손해를 봤으니 말이다.

불이 난 곳만 수리할 생각이었던 주인은 졸지에 전체 리모델링을 하게 됐고 상당 기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불까지 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몇 달이 지난 현재 음식점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더 깔끔하고 안전한 음식점으로 거듭났다. 이전의 활기도 되찾아가고 있다. 일종의 전화위복이다.

주인은 이제야 살만하다는 표정으로 “코로나가 어쩌네 해도 화재를 겪으니 그보다 무서운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11월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재개됐다. 시설 이 곳 저 곳은 그동안 참아왔던 에너지를 쏟겠다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어디든 인파로 북적인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우려된다지만 접종률이 높아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한물간 걱정이다.

기자는 오히려 안전사고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 당연히 피해 규모는 커지고 수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책임도 따른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화재 발생에 대비한 각종 모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나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애초 화재가 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떤 때 불이 나는지 주지시킨 다음 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소화기 설치, 자체 안전점검 등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업주는 기기 설치에 끝날 게 아니라 작동 여부와 요령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용자는 가스통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하는 일말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한다.

불행은 행복보다 친숙하게 다가온다 했다. 걸리면 끝인 건 코로나가 아니라 화마다. 식상하나 불이 나기 쉬운 계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