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이슈 몰이보단 국정 비판이 우선
[기자수첩] 기업이슈 몰이보단 국정 비판이 우선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1.10.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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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꽃’ 국정감사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국회의원들은 1년에 한 번 자신들이 소속된 상임위원회 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의 운영현황을 보고받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또 자신들이 지적한 부분 등을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 추진할지 계획을 요구한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5개월 앞두고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다. 때문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치른 앞선 4년간의 국정감사보다 여·야간 대립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차기 대선 후보들과 연관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각종 이슈를 국감장 안으로 끌어들여와 흠집 내기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물론 국정과 여·야 차기 대선 후보들 사이를 무관하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오는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선 경쟁에 앞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라고 봄직하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에서 여·야 의원들의 출석에 응한 기업들이 괜한 뭇매를 맞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 동안의 국정감사를 되짚어보면 정부·여당과 야당들 간의 대립구도에 끼인 기업들만 질타받기 일쑤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실제 올해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이른바 ‘네·카·쿠·배·야’로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등 5대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LG생활건강, 남양유업, 머지플러스, 맥도날드 등 지난 1년간 이슈나 논란이 됐던 기업들이 올랐다.

또 최종적으로는 채택되진 않았지만 현대자동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GS 등 국내 10대 그룹의 총수들도 수년째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가의 정치가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의 활동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안들을 국감장으로 가져와 해당 사안들과 연관된 기업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호통을 치는 게 국정감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들의 대표들을 채찍질하고 이들을 앞세워 불필요한 정치공세를 펼치기보다는 국민이 정부에 직접 건의할 수 없는 부분을 대신해 전달하고 강하게 어필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변인이며 국정감사는 국민의 신문고라는 점을 명심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