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 조성은 씨가 전면에 나서자 정국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특히 조씨는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고발장을 대검찰청 민원실에 접수해야 하고,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발언이 사실이면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당시 재임 중이었단 점에서,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해야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단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4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학교 후배이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었다.
조씨의 진술은 야당은 물론 여당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조씨는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원장 등 여권 인사와의 친분은 인간적 신뢰관계이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했지만, 야권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규정하기엔 좋은 빌미가 됐다. 이번 사건으로 윤 전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입건되고, 박 원장은 야권으로부터 ‘이번 사건 기획의 정점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 중간 결과가 나왔다. 윤 전 총장 측은 박 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하는데, 다음 공세 빌미는 ‘공수처의 움직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 깊게는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 댓글공작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문 대통령을 고리로 정권교체에 대한 정치 공세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막말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모두 율사 출신이란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 수준은 물론 법률가에 대한 인식마저 저급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사, 추 전 장관은 판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물론 서로 법적 증거를 대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상대방 진영에 불리하면 사실,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면 다소 부족한 논리로 방어하는 ‘선택적’ 행태의 연속이다. 여야마저 ‘우리 쪽인가’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이 폭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진실 공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 내놓는 자극적이고 논리 부족한 발언들이 자신들에게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의문이다.
과거부터 대통령 선거 때는 물론 전국 단위 선거 정국이 올 때면 온갖 비위 의혹이 터지며 진실게임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도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에서 나온 허위 제보 사건처럼 허무하게 끝날지,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처럼 대한민국을 뒤집을 진 미지수다. 다만 한국 정치의 신뢰는 여전히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