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서민생활의 고충처리부터
소통은 서민생활의 고충처리부터
  • 김 덕 만
  • 승인 2009.08.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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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이 없는 나라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이 표현은 선거전의 구호가 아니다.

상업적인 광고 문구도 물론 아니다.

국민들의 고충과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함을 바로잡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만든 슬로건이다.

국민권익위는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종전의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등 국민의 권익을 구제하는 기관들이 통합해 설치된 정부민원 종합처리 기관이다.

스웨덴을 비롯 선진국들이 도입˙시행하는 일종의 시민감사제인 ‘옴부즈만’과 맥을 같이하는 국가기관이라 하겠다.

권익위 업무 중 서민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는 민관(民官) 접점의 하나로 정부민원 대표전화 110번을 들 수 있다.

110번콜센터에서는 100 여 명이 하루 6천 통화의 민원을 접수받아 처리한다.

이와 함께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통해 인터넷으로 민원을 받아 처리하는데 이도 편리한 민원소통 창구의 하나다.

지자체 중앙행정기관 공직유관단체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국민신문고'배너를 링크시켜 온라인으로 민원신청을 받고 있다.

하루 1900 여건의 각종 정부민원이 온라인으로 접수˙처리된다.

주택민원을 비롯 상하수도처리 납세 노동복지 환경 재정경제 국방보훈 등 서민들의 불편내용이 많은 편이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디지털 정보에 소외된 분, 심지어 외국근로자들의 거주지역을 직접 찾아가 고충이나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이동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시작된 이동신문고는 소외지역 및 외국인 대규모 거주 지역 등 전국적으로 42개 지역을 방문상담했다.

이 서비스는 발로 뛰는 친서민 정부정책 방향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고, 공직사회에서 '현장을 찾아가는 행정서비스 구현'의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는 사례다.

권익위에서는 현장 민심을 실시간으로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위클리 리포트'를 매주 발행한다.

매일 접수되는 민원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위클리 리포트는 청와대 비서관, 국무총리실, 각 부처 정무직 집무 책상에 매주 올라간다.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빈발민원과 생생한 서민생활 현장의 소리가 망라돼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희망근로사업’의 급여상품권이 현금교환 가맹점 부족으로 무용지물이라는 민원동향을 파악, 대폭 확대한 것은 위클리 리포트를 이용한 선제적 정책집행의 본보기다.

민원다발 부처 간부들은 '지방자치단체나 매스컴에서 파악이 안 되는 민심동향을 읽을 수 있는 정보가 이 보고서에 매우 많다'며 그 효용성을 극찬하고 있다.

관료사회에서는 이를 '국민의 소리'로 부르기도 한다.

외람되지만 위클리 리포트에 나타난 고충 몇가지를 들어보자. “방학 때도 무료급식이 안 되나요” “소년·소녀 가장에게 지원되는 정보화 예산이 무자격자에게도 지급됐어요” “전기요금이 3개월 연체되어 한전에서 독촉장을 받았지만, 현금 융통이 어려우니 신용카드로 내게 해 주세요” 이 몇마디만 봐도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의 고충민원이란 게 금방 드러난다.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공직기관마다 ‘00사무지침’ ‘00예규’ ‘00훈령’ ‘00사무규정’이 있는데, 이런 행정규칙 상당수가 ‘규제의 전봇대’ 구실을 한다.

기관마다 자의적 혹은 편의적으로 제정된 규칙들이 되레 규제나 권한으로 작용해 국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익위는 출범 이래 중앙 및 지방행정기관의 행정규칙 1만 여 건을 이 잡듯이 뒤져내 불합리한 권한이나 규제를 뜯어 고쳤다.

어떤 농정사무지침은 60년대 1차산업 위주의 농업시대에 만든 것으로 공업화 정보화를 거치면서 한 번도 손대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들의 고충민원을 보다 빨리 처리하기 위해 정부민원 안내전화를 모두 110번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미 경찰청 민생침해사범 신고전화 1379콜센터와 통계청 국방부 등의 민원안내 전화를 통합했다.

이와 함께 누구나 억울함이 없고 깨끗한 사회가 되도록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비롯 다각적인 친서민 공감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